세계 정보통신(IT) 업계 시선이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 쏠렸다. 자바 저작권을 놓고 6년간 끌어온 오라클과 구글의 세기적 소송이 다시 재개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주간 진행될 이번 소송에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와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이 직접 법정에 출두, 증언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오라클과 구글 간 자바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 소송전이 미국 시각 9일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서 열린다. 소송은 몇주간 진행된다. 자바를 개발한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오라클이 2010년 1월 인수, 같은해 8월 구글을 상대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0S)가 자바의 특허와 저작권을 침했다며 90억달러 가까운 손해배상을 오라클이 요구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소송 핵심은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적용된 37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가 자바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API는 OS나 프로그래밍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인터페이스다.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쉽게, 잘 만들게 도와주는 툴이다. 컴퓨팅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오라클 주장대로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면 관련 소송이 줄을 잇는 등 컴퓨팅 업계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한 이유다. API도 저작권으로 보호 대상이라는 오라클에 대해 구글은 “API는 저작권자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공정 사용(fair use)`에 해당한다”며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은 1승 1패를 주고 받았다. 2012년 5월 1심 판결에서는 오라클이 패소했다. 당시 배심원들은 오라클 편을 들어줬지만 재판부가 자바 API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며 구글 손을 들어줬다. 절치부심한 오라클은 2013년 2월 항소했다. 2라운드에서 오라클은 새로운 전략을 전개했다. `자바 특허` 대신 `자바API 저작권`을 들고 나왔다. 그 결과, 2014년 5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자바API를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인정, 오라클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구글은 2014년 10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구글 상고를 기각, 소송은 다시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 이번에 다시 소송이 열리게 됐다. 소송 재개에 앞서 순다 피차이 구글 CEO와 새프라 캐츠 오라클 CEO 등 양사 임원진이 최근 화해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자바 저작권을 놓고 격돌한 두 회사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IT업체들도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윈도로 짭짤한 라이선스 비용을 벌어들이고 있는 MS는 오라클을 지지한다. MS 이외에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몇몇 SW업체들도 오라클 편이다. 하지만 HP, 레드햇, 야후 등은 구글을 지지한다. 오라클과 구글이 같은 입장을 가진 것도 있다. 기술 혁신 저해 문제다. 오라클은 자바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기술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구굴은 자바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기술혁신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저작권에 정통한 미 법조계와 학계는 다수가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하면 혁신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배상액도 관심거리다. 당초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올린 매출을 감안하면 90억달러는 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수치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여전히 보상액이 최소 십억 달러는 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구글은 이 수치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