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천 NST 이사장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성실도전` 시스템 정착부터"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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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 메모리 반도체, 고속철도, CDMA 상용화 등은 모두 정부 주도의 연구 성과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원동력은 바로 과학기술에 있다.

최근에는 과거와 같은 대형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나가려면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가는 추격형 연구 방식으로 압축 신화를 써왔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연구개발(R&D) 시스템이 선도형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연구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도형 연구로 전환이 절실하다”며 “성실도전 제도로 연구자가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창의적인 연구,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연구를 이끌어내 성과 창출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는 R&D사업에서 열심히 일하고도 `실패` 판정을 받으면 과제참여 제한과 연구비 환수조치 등 제재를 받는다. 이 때문에 각 평가에서는 웬만하면 미흡 판정을 주지 않고, 연구자도 `가짜 성공`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이사장은 실패 시 패널티를 받는 기존 제도에서는 연구원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안정적 연구에 안주하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R&D 성공률은 98%에 이른다. 미국은 30%대 수준이다. 거의 모든 R&D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과거 목표달성에 실패한 연구자는 노력과 상관없이 자금 환수나 불성실 연구원으로 분류해 3년간 국가 R&D사업 참여를 제한했다.

문제가 지속되자 성실하게 수행된 실패과제는 책임을 면제하고 평가방법을 기존의 `성공-실패`에서 `성실-불성실수행`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여전히 실패율은 2%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올해 초 성실도전 TF를 꾸려 3개월 동안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할 제도를 만들었다”며 “올해 대형과제 위주로 테스트를 하고 전문가 의견을 거친 후 신규 대형과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융합연구사업 중 2개 과제를 선정해 시범적용한 뒤 보완을 거쳐 점진적으로 융합사업과 기관 출연금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는 “성실도전 제도는 연구자가 고위험(High-Risk) 연구 등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출연연이 연구윤리를 지키면서도 도전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연구 풍토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