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 322억원 규모의 서울지하철 2기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한다. 신기술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후 적용된 첫 발주 사례다. 공공정보화 사업 가운데 보기 드문 민간투자 사업으로, 정보기술(IT) 서비스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지하철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을 신기술 분야로 인정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 `클라우드 서비스 실현을 위한 미래형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 신기술 분야로 대기업 참여 허용이 결정됐지만 발주가 지연됐다.
지하철 2기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은 2013년 사업자 선정 문제로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당시 한국스마트카드는 우선협상대상자 한화S&C를 상대로 입찰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서울시와 한화S&C 협상 절차 중단과 계약 금지를 명령했다. 이후 서울시와 합의해 사업이 백지화됐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공사는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 원가조사 용역을 완료했다. 적용 범위는 서울메트로 1~4호선 120개 역사와 1개 센터, 서울도시철도공사 5~8호선 156개 역사와 1개 센터다. 사업자가 322억원을 투입해 센터 수집·집계시스템을 구축한다. 전자태그(RF)단말기, 휴대용정산기, 유인충전기를 공급해 설치한다.
구축 사업자는 향후 10년 동안 지하철 요금 0.3%를 수익으로 확보한다. 연간 서울지하철 1~8호선 사용 금액이 1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업자 1년 수익은 45억원이다. 운영 7년 후부터 수익 분기점을 넘는다. 서울메트로는 이달 발주해 늦어도 7월에는 사업자를 선정한다.
올해 사업도 2013년과 동일하게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당시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적용 이전이다. 올해는 신기술 분야로 인정됐다. 당초 지난해 12월 SW산업진흥법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적용을 신청했다가 통과를 못하고 반려됐다. 미래부는 심사 결과 국가 안보 등 예외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신기술 분야 사업으로 재신청돼 대기업 참여가 허용됐다.
다수 업체가 사업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기존 1기에 이어 2기도 사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다. LG CNS, SK주식회사, 롯데정보통신, 한화S&C 등도 사업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KCC정보통신 등 중견 IT서비스기업도 컨소시엄을 구성, 제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교통카드 단말기 업체 계열사 에이텍티엔도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부는 대기업 참여 허용을 승인하면서 대·중소 상생을 사업자 선정 기준에 반영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단독으로 사업을 제안하는 형태는 배제하도록 지침을 전달했다”면서 “대기업은 사업관리 등에 집중하고 기술 전문 분야는 중소업체와 협력토록 했다”고 밝혔다.
115억원 규모의 서울시 미래형 데이터센터 구축도 대기업 참여 허용 사업으로 발주된다. 서울시는 최근 사전규격 통한 의견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접수된 56개 의견 가운데 유사 사업 기준 완화 요청 등 24개를 반영한다. 사업 제안은 LG CNS를 비롯해 대형·중견 IT서비스기업이 준비한다. 발주는 6월, 사업자는 7~8월에 선정된다.
<신기술 적용 대기업 참여 허용 사업(자료:나라장터·업계 종합)>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