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동안 미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바뀌는 동안 한국은 4분의 1만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IT전기전자 기업 수가 급감하면서 생태계 자체가 흔들렸다는 분석이다.
10일 딜로이트와 CEO스코어가 2000~2015년 한국과 미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 변화를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15년간 153개(31%)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린 반면에 한국은 122개(24.4%)가 신규 진입하는 데 그쳤다.
미국 기업은 3분의 1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4분의 1만 교체돼 미국에 비해 주요 산업 역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등이 급감한 반면에 생활용품, 서비스, 유통 등 내수업종 기업 수는 크게 늘어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IT전기전자 업종은 시총 500위 안에 포함된 기업 수가 15년 새 절반 이상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서비스, 석유화학, 제약·의료서비스, IT전기전자 업종에서 신규 진입이 30% 이상 크게 늘어난 반면에 지주사, 조선·기계·설비, 에너지 업종은 사라진 기업이 많았다.
미국 시총 500대 기업에서는 서비스 업종이 87개로 가장 많았고 제약·의료서비스가 52개로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IT전기전자 업종의 약세가 눈에 띈다.
2000년 시총 500대 기업에 112곳이 포진했는데 15년 새 44곳으로 줄었다. 탈락률은 86.6%에 달해 생태계 자체가 흔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 업체 쇠락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44개 기업 중 2000년 이후 계속 시총 500위권을 유지한 기업도 21개(47.4%)에 불과했다.
철강 등 수출 중심 전통 제조업과 금융에서 500대 기업 수가 크게 감소한 반면에 서비스, 제약, 유통 등 내수 업종은 약진했다.
시총 500대 기업에 가장 많이 포진한 업종은 서비스로 61곳이었다. 2000년 39개에서 15년간 22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29개 기업(47.5%)이 15년간 시총 500대 기업 자리를 지켰고 32개(52.5%)가 새롭게 등장했다. 포털·게임업체 등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새로운 IT서비스 기업이 대거 등장한 영향이 컸다.
두 번째로 많은 업종은 제약으로 작년 말 기준 50개 기업이 포함됐다. 2000년 19개에서 31개가 급증했다.
반면에 500대 기업 탈락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15년간 96.8%가 탈락한 여신금융업이었다. IMF 금융위기로 창업투자사와 종금사 등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어 은행, IT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증권 등도 기업 수가 크게 줄었다.
<한국 시총 500대 기업 주요 업종별 변화 (자료: CEO스코어)>
< 미국 시총 500대 기업 주요 업종별 변화 (자료 : CEO스코어)>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