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중심으로 돌아가던 핀테크 사업이 스마트폰 대중화로 정보기술(IT) 우위 `테크핀` 촉발에 도화선이 되고 있다. 전통 금융사 위주의 핀테크 사업이 아닌 IT가 플랫폼을 이끄는 테크핀 시대 도래다.
송금 시장에서 경쟁이 촉발됐고 간편 결제와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 이르기까지 비금융사 약진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협력파트너로 은행과 카드사 등을 끌어안았던 대형 IT기업들이 이제는 금융사가 보유한 고객정보와 채널을 송두리째 넘보는 작업이 물밑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 고유 영역이던 송금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통신사업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털 등 이종 플랫폼을 보유한 사업자들이 속속 유관 시장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무서운 건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은행 주머니를 채웠던 수수료 무료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 결제 페이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미 삼성페이가 시장을 섭렵했고 SSG페이를 비롯해 LG페이 등 강력한 후발 사업자들이 핀테크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시중 은행과 카드사는 `메인`이 아닌 `협력자`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카카오 송금서비스를 둘러싼 은행과 카카오 간 주도권 경쟁은 은행 고유영역을 내어주느냐 마느냐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와도 수수료 문제로 송금서비스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들은 진퇴양난이다.
안방을 내어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은행 카르텔까지 형성될 분위기다.
카카오가 송금시장에 뛰어든 목표는 명확하다. 송금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금융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담아내고 강력한 테크핀 공급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IT 기반 송금서비스를 통해 은행 창구와 인터넷뱅킹에 익숙했던 고객들을 유인해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간편 결제나 송금 분야에서 영향력을 과시한 IT기업이 국내 핀테크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날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 정도면 국내 금융사는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통신사와 유통사, IT기업의 지배력 안에 놓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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