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전략을 새로 짠다.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칩을 국산으로 대부분 바꾼다.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비중도 점진적으로 줄인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오디오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보급형 제품도 강화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2018년 양산을 목표로 스마트폰 화면 미러링 기능에 특화된 `오디오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실제 양산 공급은 현대모비스와 LG전자 VC사업본부가 맡는다. 공급 비중은 약 7대 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은 고급형, 표준형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아래 등급으로 비디오 재생과 내비게이션 기능은 빠진다. 그러나 유무선 연결 기술로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디스플레이로 보내 T맵, 카카오내비, 애플 지도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전자들이 차량 내비게이션보다 스마트폰 지도를 많이 쓴다는 점을 착안해 기획된 플랫폼”이라며 “기존 AVN 대비 원가가 저렴하면서도 활용도는 높인 것이 특징으로 보급형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고급형 AVN △표준형 AVN △고급형 오디오 △표준형 오디오로 네 종류였다. 오디오 디스플레이 플랫폼이 개발되면 다섯 종류로 가짓수가 늘어난다.
플랫폼에는 국내 팹리스 업체 텔레칩스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최상위 AVN 플랫폼을 제외한 전 제품에 외산 칩 사용 비중을 줄이고 있다. 표준형 AVN를 포함해 그 보다 등급이 낮은 플랫폼에 탑재되는 칩은 전량 텔레칩스가 공급한다. 지난해 텔레칩스는 NXP(옛 프리스케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인텔, 엔비디아를 누르고 표준형 이하 AVN에 탑재되는 AP 공급사로 단독 선정된 데 이어 오디오 디스플레이 플랫폼용 AP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안드로이드를 고수해오던 OS 전략도 바꾼다.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와 같은 고급형 차량에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QNX가 도입돼 있다. 현대·기아차 브랜드 차량에는 리눅스를 채택할 계획이다. 일환으로 오디오 디스플레이 플랫폼에도 리눅스 기반 OS가 탑재된다.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여서 차량용으로 사용하려면 부수적인 작업이 뒤따랐다. 일일이 수정 작업을 해줘야 했고 업그레이드 역시 번거로웠다. 모바일 전용이다 보니 AP와 메모리 사용량이 크다는 것도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결정적으로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면 마이크로소프트(MS)에 로열티까지 내야 한다. 안드로이드 OS 일부 기술이 MS 특허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해당 OS를 활용하는 기업은 대당 로열티를 MS에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리눅스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대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현대차 임원이 차량용 지니비(Genivi) 이사회 멤버로 선출됐다. 이는 현대차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지니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니비는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만든 차량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BMW·재규어랜드로버·르노닛산 등이 이를 도입하고 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