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 "군이 편한 의료체계 구현 역점"

군대가 변했다. 군 장병 전용 입출금 카드가 나왔고, 제한적이지만 휴대폰도 사용한다. 군 현대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게 군 병원이다. 최전방 부대 원격진료를 위해 최신 IT장비가 도입됐다. 응급환자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생겼다.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됐다.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국군병원 괴담`은 이제 옛말이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

국군 의료체계 현대화를 이끈 주인공은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이다. 2014년 12월 취임 후 원격의료, 국방의료체계 고도화, 의료종합상황센터 구축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육군사관학교 출신다운 추진력과 현장에서 축적한 ICT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 국군 의료체계 구축을 진두지휘한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을 전자신문이 만났다.

-국군의무사령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육사(46기) 출신이다. 당시만 해도 육사 출신은 대부분 전투병과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육사 출신 국군의무사령관으로는 사실상 처음일 것이다. 당시만 해도 육사 졸업 후 대부분 전투병과를 지원했다. 졸업을 앞두고 생각을 한 게 집을 바치는 기둥(전투병과)도 중요하지만, 집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20년 전만해도 군 병원에 불신이 너무 컸다. 이것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졸업 후 서울의대에 편입해 정형외과를 전공했다.

-국군의무사령관에 취임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됐다.

▲2014년 12월 취임식에서 `국가 안위와 군인 안전에 기여하고 군이 편한 의료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안위와 군인 안전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의 본연 임무다.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처럼 공공의료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군 의료체계가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군이 편한 의료체계`는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다. 과거 국군병원은 온전히 병원 중심적인 시스템이었다. 군 병원이 민간병원과 다른 점은 환자가 퇴원을 해도 군대에 있다는 점이다. 환자 퇴원 후 끝이라는 태도를 가지면, 그 피해는 전투부대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결국 군이 편한 의료체계는 환자(군인)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집단(부대)도 다 함께 편하자는 철학이 녹아있다.

-`군이 편한 의료체계` 대표 사례는 무엇이 있나.

▲취임 후 환자 관리반을 개설했다. 민간병원에서 환자 입원, 진료, 퇴원까지 책임지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와 비슷한 역할이다. 군 병원이 모든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 그런 환자는 민간 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런 환자는 추적 관리한다.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도 진료 전 과정을 설명한다. 부모가 굉장히 만족한다. 부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환자 한 명 이송하려면 해당 부대 간호장교와 주임원사가 따라가거나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해야 한다. 이런 업무를 환자 관리반이 전담하면서 군이 편한 의료체계를 실현한다.

-취임 후 군 원격의료 사업에 힘을 쏟았다. 이 역시 군이 편한 의료체계인가.

▲그렇다. 군에 있어 원격진료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최전방 같은 격오지 부대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원격진료는 격오지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고, 군 의료 체계 일체성을 공고히 한다. 취임사에서 발표했던 내용 상당 수가 원격의료 사업에 녹아있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

-군 원격진료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의료 서비스 취약지를 해소하면서 군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군 원격진료 사업은 과거 육군에서도 네 번이나 추진됐다. 모두 실패했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됐다. 우선 군의관이 충분히 있는 대대급에 원격진료를 적용했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근처에 병원이 있는 곳, 원격진료 군의관이 외래까지 보는 곳은 대부분 실패했다.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니 답이 나왔다. 이 세 가지 영역을 배제했다. 최전방 GP 등 의료 서비스 취약지역을 원격의료 대상으로 정했다. 2014년 의료종합상황센터를 구축해 21사단 2개 GP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작년 총 22억원을 투입해 전군 40개소로 확대했다. 현재 진료 횟수가 5000회를 넘었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 중 90% 가까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한 예로 전방에서 근무하는 모 장병은 두통이 심해 원격진료를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두통약을 처방했겠지만 원격진료를 통해 종합병원으로 후송했다. 검사 결과 혈관종양이 발견됐다. 신속한 진료로 장병 건강은 물론 전투력 손실도 최소화했다.

군의관 만족도도 높다. 예전에는 외래를 보는 군의관이 원격진료도 함께 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사령부 내 원격진료센터를 개소했다. 의료진 4명이 원격진료만 담당한다. 정해진 시간에 환자를 진료하니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동기유발도 된다.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도 많다. 1단계는 현재 진행하는 원격진료센터와 격오지 부대 간 의료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후 군 병원 간, 군의관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최종적으로는 민간병원과 원격진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원격진료도 ICT 한 부분이다. 군 의료체계 현대화로 ICT를 적극 도입한다고 들었다.

▲보건의료 분야에 ICT가 접목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군 의료체계가 구식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군 병원은 1999년부터 전자의무기록(EMR)을 썼다. 국방의료정보체계 구축 및 연계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사단급 국방의료체계 성능개선 사업까지 착수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사단급 이하 1110개 의무대에서 받은 진료기록과 19개 군 병원 진료기록을 상호 연계한다. EMR 표준화도 가능해 첨단 의료서비스 환경을 구축한다.

EMR 연동의 가장 큰 효과는 빅데이터 분석이다. 환자 데이터를 정제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는다. 군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는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부문이 125테라바이트(TB), EMR가 11억8000여건에 달한다. 이를 분석하면 군의관이 진료할 때 유용하다. 모든 진료과에 군의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진료와 처방을 도와주는 솔루션을 구축하면 큰 도움이 된다.

최근 IT 시장 화두인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125TB에 달하는 PACS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 자동판독 시스템을 구현한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세세한 병변을 인공지능이 선별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접목에 관심이 많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국민이 군 의료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모든 진료 분야에서 민간 병원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응급의료 시스템만큼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한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서도 우리 군은 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임무를 펼쳤다. 민간병원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하는 활약도 했다. 메르스뿐만 아니라 지카 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병과 질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ICT를 적극 활용한다. 군은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조기발견 및 즉각 조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