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항공기를 가벼우면서도 철보다 강하게 만들려고 사용되는 `탄소섬유` 강도를 50% 이상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성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팀은 탄소섬유의 화학적인 구조를 바꿔 강도를 높였다고 11일 밝혔다.
1970년대부터 생산돼 온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 높은 기계적 강도를 나타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기나 자동차용 복합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기체나 차체 중량감소로 연비증가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등 친환경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섬유는 내외부에 존재하는 물리적 구조 결함에 따라 기계적 물성이 바뀐다는 이론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고분자 섬유 열처리로 탄소함량이 90% 이상인 탄소섬유가 제조된다. 원료물질과 공정이 모두 섬유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탄소섬유를 만들 때 화학반응으로 고분자섬유 일부가 가스로 배출되고 섬유가 수축하면서 내부에 기공이 만들어진다. 추가적인 열처리에도 섬유에 존재하는 결함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 결함을 마이크로 크기에서 나노 크기로 줄이거나 결함의 함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탄소섬유 강도를 증가시키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구조적 결함이 작을수록 강도가 높은 탄소섬유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성호 박사팀은 탄소섬유의 물리적 특성이 아닌 화학적 특성을 조절해 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탄소섬유에서 불순물이라고 알려졌던 질소 원소를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많이 넣었다. 전자를 공평하게 4개씩 공유하는 구조(sp3 구조)를 가진 탄소의 함량도 높인 결과 탄소섬유의 강도가 50% 이상 증가했다. 그동안 탄소섬유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탄소섬유 결함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이성호 박사는 “기존 물리적 구조제어 연구와 함께 탄소나노섬유의 화학적 구조를 조절해 기계적 강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양한 산업분야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KIST 기관고유연구사업과 산업부 탄소밸리 연구사업에서 지원됐으며 연구 결과는 영국 네이처출판그룹(NPG)에서 주간으로 발행하는 과학전문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3월 23일자로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