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동안 가계통신비가 1만3600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를 올린 주범은 `휴대폰 가격`이다. 정부 통계에서 10배 이상 급증, 통신비 상승을 주도했다. 휴대폰값을 제외하면 실질 통신비는 오히려 하락했다. 통계적 착시를 막을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본지가 통계청의 `전국 가계당 월평균 가계수지`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분기와 비교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13만8600원에서 15만2200원으로 상승했다. 5년 동안 1만3600원(9.8%) 올랐다. 가구원(평균 3.1명) 1인당 월 4000원 정도를 더 낸다는 의미다.
가계통신비 통계는 `통신장비(휴대폰)`와 `통신서비스(이동전화+집전화+인터넷 요금)` 항목으로 구성됐다.
통신비 상승을 주도한 것은 통신장비다. 2011년 1분기 2350원에서 지난해 4분기 2만6400원으로 10배 상승했다. 상승률이 1000%를 넘는다. 2014년 1분기부터 통계 집계 방법이 바뀐 것을 감안해도 작지 않은 상승폭이다. 바뀌기 직전인 2013년 4분기와 2011년 1분기를 비교하면 6배 올랐다. 비싼 휴대폰을 많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고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68.6%(2013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일본(47.8%) 등 주변국과 비교해 압도한다.
가트너 2014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은 546달러(63만9000원)로 미국(556달러)에 이어 세계 2위다. 비싼 휴대폰을 사용하는 국민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신서비스는 오히려 하락했다. 5년 전과 비교해 지난해 4분기 통신서비스는 13만6000원에서 12만5500원으로 1만500원 내렸다. 결합상품 활성화로 집전화나 인터넷 요금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구원 1인당 월 3000원 이상 내린 셈이다. 휴대폰 가입자 5400만명으로 환산하면 월 1620억원, 연간 1조9400억원이 내린 셈이다.
그런데도 통신 사용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메릴린치와 시스코 2014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1인당 월평균 통신 사용량은 음성 292분, 데이터 2.5기가바이트(GB)로 각각 세계 3위와 2위를 기록했다. 통신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사용량은 늘면서도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통계적 착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요금과 휴대폰 단말기 통계를 분리해 공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이동통신사 경쟁과 함께 제조사의 단말가격 인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관계자는 “단말기 할부금이 가계통신비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스마트폰 가격 상승으로 가계통신비가 오르고 있다는 착시가 일어나는 만큼 이를 수정할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2015년 가계통신비 추이(단위:원, 자료:통계청 전국 가계당 월평균 가계수지(명목). 우편서비스는 제외)>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