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과학기술전략회의 첫 주재]산·학·연 R&D `잘하는거 중심으로`

[朴대통령, 과학기술전략회의 첫 주재]산·학·연 R&D `잘하는거 중심으로`

#대학 “논문 양산에만 매달려 `한계돌파형` 기초연구가 절대 취약하다.”

#출연연 “인건비 확보 위한 과제수주에 치중해 분명한 연구목표 설정 없이 백화점식 연구에 매달린다.”

#중소기업 “자금력 부족으로 사업화 역량 부족하고 기술 수준은 정체됐다.”

[朴대통령, 과학기술전략회의 첫 주재]산·학·연 R&D `잘하는거 중심으로`

우리나라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는 올해 19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 세계 1위다. 연구주체별·단계별로는 출연연이 27.5%, 개발연구가 48.9%로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가 출연연을 중심으로 정부가 정한 상용화 연구를 수행하는 전형적인 선진국 `추격형 R&D` 구조라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다.

민간 R&D에서도 개발연구 비중이 70%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R&D 역시 개발연구 비중이 50%에 육박해 민간과 중복투자가 만연했다. 기초연구 집중이 필요한 대학에서도 응용·개발연구 비중이 35.9%로 높다. 미래대비 원천 연구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간 19조원이나 쏟아붓는 국가 R&D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D 대혁신`에 직접 나섰다. 대학·출연연·기업 등 연구주체별, 기초·원천·상용화 등 연구단계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혁신안의 골자다.

정부과제 수주를 위한 산학연간 소모적 무한경쟁을 없애 연구주체별 차별화된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부처간 경쟁적·관행적 투자 문화를 없애 국가 전략분야에 톱다운(Top Down)식 집중 투자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풀뿌리 기초연구 부족한 대학, 체질 개선

대학은 민간영역인 상용화 연구는 지양한다. 한계돌파형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한다. 우선 대학 연구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보텀업(Bottom Up) 기초연구 투자를 강화한다. 올해 1조1000억원인 예산을 2018년까지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반면에 상용화 연구지원은 축소한다. 대학 기초연구 성과의 사업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상용화 연구는 계속 장려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형 상용화 과제 주관은 대폭 축소한다.

이공계 교수의 생애주기 맞춤형 연구비 지원 체계도 구축한다. 대학 연구자가 신진연구자로 시작해 중견·리더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는 단계별로 장기·안정적인 연구비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역량을 갖춘 신진연구자에게 `생애 첫 연구비`도 지원한다. 최대 5년간 연 3000만원이다. 우수 연구자는 초기 실험실 구축에 필요한 연구장비도 추가 지원한다.

한 가지 주제를 평생 연구해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한 우물 파기 연구 강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는 10년 이상 장기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방법에서 벗어나 소속 대학이 스스로 성과를 관리하도록하는 `그랜트 지원 방식`을 도입한다. 정산 간소화, 소액과제 결과평가 생략 등이 주요 내용이다.

평가 방식도 전면 개편한다. 모든 대학 기초연구사업에 대해 논문·특허 수 등 양적 성과목표를 전면 삭제한다. 대표성과 위주로 정성평가를 실시한다.

교수 업적평가에도 논문 건수 사용을 원칙적으로 철폐할 계획이다. △연구실적이 없는 신진급은 과제계획서의 창의성 중심으로 △중견급은 과거 연구실적 위주 평가로 △리더급은 최고 수준의 국내외 전문가의 토론식 심층평가로 한다.

박진성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논문과 특허 수를 기반으로한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정량적인 성과를 평가할 전문위원들의 공정성 등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은 추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출연연, 10년 후 내다본 미래형 원천기술 개발 집중

정부출연연구소는 미래선도 원천연구 메카로 육성한다. 미래 시장에서 필요한 원천기술 성과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정된 연구 환경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우선 기관별 5개 내외의 핵심 분야를 선정, 출연금은 이들 핵심 분야에 70% 이상 집중 투자되도록 할 방침이다. 또 3년 미만, 5억 이하의 소규모 단기과제는 축소한다. 기존과제 재기획 등을 통해 중장기 대형 과제를 만든다. 현재 출연금사업 중 5년 이상, 20억원 이상 대형 과제는 88건이다. 전체 출연금사업의 5%에 불과하다.

11개 기관의 출연금 인건비 비중은 2016년 60%에서 2018년 70%로 높인다. 안정된 인건비 확충으로 과제수주경쟁 대신 원천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제를 수주하기만 하면 성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연구수당 문제도 개선했다. 연구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수당 지급율을 달리하는 `연구수당 풀링제`를 도입한다.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인센티브 배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로 시행하던 기관평가 부담도 완화한다. 중간평가를 없애고, 연구부문 중간컨설팅도 자체 실시한다. 또 목표별 성과지표를 현 10개에서 3개 이내로 축소한다. 다만 최종 평가결과에서 `미흡` 이하로 나올 경우 출연금을 줄이는 등 책임성은 강화된다.

출연금 연구과제 선정 시 기관별로 `기술기획협의회(가칭)`를 구성, 산업체 등 기술 수요자들의 의견을 반영토록 했다.

이 외에 ETRI, 생기원, 기계연, 재료연, 전기연, 화학연 등 6개 출연연을 대상으로 도입·시행 중인 `프라운호퍼(민간수탁 실적에 따라 예산 차등지원)` 예산지원 방식은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 상용화 연구 중추적 역할 수행

그동안 기업 R&D 역량은 크게 향상됐지만 중소기업의 성장단계별 특성화된 지원은 부족했다. 또 대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정부 R&D지원 축소 등으로 기업 연구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 맞춤형 연구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창업기업이 기술혁신형에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성장단계별 차별화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R&D인력 등 중소기업이 애로를 겪는 분야에 집중 지원한다.

창업기업에는 기업부설연구소의 신규 연구인력 고용과 연계한 R&D지원에 초점을 두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는 수출·신성장 등 성과창출 유망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정부투자 사각지대였던 수출 초보기업 및 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 관련 R&D 지원도 강화해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밀집지역에 기업의 애로기술을 지원하는 `중소〃중견기업 R&D특화센터`도 운영한다. 올 하반기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시범 추진한 뒤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확대 추진한다.

중견기업 전용 후불형 R&D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R&D투자를 촉진하고 추가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는 기업이 자체자금으로 R&D를 먼저 수행하고, 성과 우수기업에 R&D 자금 사후 지급하는 형식이다.

또한 기업이 기술수요를 제안하고 대학〃출연(연) 보유기술을 매칭·지원하는 온라인 과제발굴 플랫폼도 활성화한다. 연중 수요 접수를 하고, 시장요구에 따라 과제시행주기도 연 1~2회에서 4회로 확충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