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게 된 배경은 과학기술 전략에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과학기술전략본부`와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구호처럼 외쳐지던 `R&D 효율화`가 현장에서 실천되고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1967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기술처를 출범시킨 후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로 격상했다. 노무현 정부는 과학부총리까지 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과 교육을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로 재편됐고, 박근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과학기술과 ICT를 함께 엮었다.
19조원이라는 거대 비용을 R&D에 투자하지만 정작 과학기술을 이끌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미래부 안에 범부처 차원의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장급에 그친 전략본부가 전 부처를 상대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각 부처 장관이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국과심 역시 각 부처가 수립한 법정 계획의 사후심의를 하고 부처별 요구에 기반한 사업별 예산조정 등 보텀업 방식의 조정에 집중한 상황이다. 국가 전략에 따라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판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톱다운 방식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우리보다 몇 배 많은 자본을 투입해 기술경쟁력을 키우며 추격하고 일본은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 압박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은 과학기술로 저성장을 극복하고 미래 신산업을 선점하려고 중장기 과학기술혁신정책을 세우며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 미국은 혁신전략으로 뇌, 첨단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9대 전략분야에 투자하고, 유럽은 유롭(Europe) 2020으로 연구개발 자금여건 개선하고 디지털 단일시장 구축을 하고 있다.
과기계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과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섰다. 과학계 고위 인사는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R&D 효율화 등을 실천한다고 하니 환영한다”며 “피부로 느끼기에는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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