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가 중국음식 좋아하니?” 한번 이적에 수십억...중국 내 `신한류` e스포츠

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 2016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준결승과 결승전이 열리는 이곳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발견한 중국 청년들은 거침없이 질문을 던졌다. “페이커 알아? 실제로 봤어?” 라이엇게임즈 직원이 페이커를 종종 본다고 답하자 눈이 커진 청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연달아 질문을 쏟아낸다. “페이커가 중국 음식이 입에 맞는데?”

5월 상하이에서 열린 2016 MSI에서 관람객이 응원하고 있다.
5월 상하이에서 열린 2016 MSI에서 관람객이 응원하고 있다.

MSI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롤)`를 소재로 한 e스포츠 대회다.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팀이 맞붙는 일종의 국가대항전이다.

`페이커(본명 이상혁)`는 한국 대표로 참가한 SK텔레콤T1 소속 롤 프로게이머다. 세계 최정상급 미드라이너(게임 내 포지션)다. 축구로 치면 메시(비르셀로나)와 호날두(레알마드리드)급이다.

이상혁 선수는 “중국에서 알아보는 팬들이 많다”며 “(한류 흐름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MSI는 올해 2회째를 맞았다. 한국(SK텔레콤T1), 중국(로얄네버기브업, RNG), 대만(플래시울브즈), 북미(카운터로직게이밍, CLG) 등 4개 지역이 4강에 올랐다. 북미와 한국 팀이 결승에서 붙어 한국 대표 SK텔레콤T1이 우승했다.

1만3000여석 결승전 티켓은 진작 매진됐다. 가격이 가장 낮은 좌석이 210위안(2만1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지만 남는 좌석은 없었다.

웰른 로젤 라이엇게임즈 글로벌 e스포츠 총괄은 “상하이에서 열리는 (콘서트 등) 글로벌 이벤트 수준 열기”라고 분위기를 소개했다.

2016 MSI에 참가 중인 SK텔레콤T1
2016 MSI에 참가 중인 SK텔레콤T1
2016 MSI에 참가 중인 SK텔레콤T1 이상혁(페이커) 선수
2016 MSI에 참가 중인 SK텔레콤T1 이상혁(페이커) 선수

중국에서 결승전이 열리는 만큼 자국 팀을 향한 응원이 뜨거웠다. 한국팀을 향한 시선도 이에 못지않았다.

SK텔레콤T1이 등장하거나 이동할 때는 인기 연예인 부럽지 않은 환호가 쏟아진다. 선수 일거수일투족을 담으려는 팬들의 사진 경쟁도 치열하다. SK텔레콤은 올해 유니폼에 6개 스폰서 광고를 붙였는데 이 중 3개가 롱주 등 중국기업이다.

대만팀을 제외하면 나머지 3팀 모두 한국 프로게이머가 활동한다. 롤 프로리그는 한 팀(로스터 5명)당 연고 지역과 다른 국적을 가진 프로게이머가 2명까지 참가한다. 국적이 다르더라도 해당 지역 활동 기간이 2년 넘으면 그 지역 선수로 인정한다.

2016 MSI에서 SK텔레콤T1을 응원하는 관객들
2016 MSI에서 SK텔레콤T1을 응원하는 관객들

한국 롤 프로게이머를 향한 러브콜은 1~2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강팀으로 분류되는 곳에는 대부분 한국 선수가 활동한다.

로젤 총괄은 “MSI 취지는 지역 특색적인 플레이와 팬덤을 북돋기 위한 것”이라며 “각지에서 뛰어난 선수를 스카웃하려는 움직임이 많아 현재 2년인 외국선수 해제 자격 기간을 좀 더 늘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2년 이상 해외에서 활동한 한국 출신 프로게이머를 주축으로 팀을 만드는 편법에 대응하기 위해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16 MSI에 몰린 관중들
2016 MSI에 몰린 관중들

한국 프로게이머가 해외로 진출하며 롤 프로리그 수준은 상향평준화됐다. 지난해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T1은 MSI 예선에서 중국팀 등에 4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T1을 상대로 승리한 3개 팀 중 2개 팀에 한국 선수가 소속됐다.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중국 e스포츠 산업은 2016년 기준 연간 200억위안(3조5000억원)규모를 이뤘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 롤이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이다.

중국팀으로 이적하는 A급 한국 롤 프로게이머는 통상 10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료 등을 더하면 선수 한명이 움직일 때마다 20억원 전후 금액이 오간다.

중국 내 e스포츠 프로팀은 국내와 달리 기업 후원 보다는 팬덤 기반으로 운영된다. 연습경기를 인터넷 등으로 방송해 고연봉 선수를 보유하면서도 수익을 남긴다.

권정현 e스포츠커뮤니케이션 본부 총괄 상무는 “선수 최저연봉(2000만원) 보장, 선수 보호, 관리 등은 한국이 낫고 많은 지역에서 노하우를 배우려 한다”며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합숙소 운영, 선수 처우 등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상하이)=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