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16일 오후 2시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적 출범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권태신 원장은 환영사에서 “모바일금융 서비스 도입으로 장소적 개념의 뱅크가 아닌 금융행위인 뱅킹만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은산분리 규제와 대기업진출 제한으로 인터넷은행 출범조차 불투명한 실정”이고 밝혔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지난해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T컨소시엄(K뱅크)과 카카오컨소시엄(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올해 하반기 개업을 추진했지만 은행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당초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IT기업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4%(의결권 기준)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 은행법을 적용하면 두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KT와 카카오 지분율이 각각 8%(의결권 4%), 10%(의결권 4%)에 불과하다.
게다가 카카오는 지난 4월 대기업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추가 지분참여에 제약을 받게 됐고 카카오은행이 한국투자금융지주 자회사 형태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기술기업주도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그룹주도로 흘러갈 상황에 직면했다.
문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기업 사금고화와 경쟁력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 상시모니터링과 건전성감독에서 사전파악이 가능하고 경영공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도 “대규모 전산체제 구축을 전제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에 걸림돌이 되는 은행주식 동일인 소유제한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IT 대기업이 지분출자를 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최대 10%까지만 지분소유를 허용한다면 지속적으로 핀테크 사업을 해야 할 유인이 없어 인터넷전문은행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전 교수는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할 당시 총자산 5조원 미만의 기업이었지만 향후 자산이 증가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편입되면 정부 승인을 받아 취득했던 10% 이상 주식 단기간 내에 모두 처분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법은 개인과 법인 구분 없이 동일인이 주식 10% 초과 소유를 금지한다. 총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4%까지로 제한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