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회장 `에너지 벤처로 다시 뛴다`

[오늘의 CEO]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회장 `에너지 벤처로 다시 뛴다`

“누가 압니까. 몇 년 뒤 민간발전 매출이 더 커질지요.”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에너지신산업이 활짝 꽃피면 공동주택(아파트)은 거대한 발전 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신사업 기회도 여기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엔터프라이즈는 아파트 전사자원관리(ERP) 프로그램 개발 벤처로, 지난 2000년 최병인 회장이 직원 네 명으로 창업했다. 2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다가 웹 기반의 ERP를 내놓으면서 2005년 분위기가 반전됐다. 관리자가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전국 2만여 아파트단지가 이지스엔터프라이즈가 개발한 ERP를 쓴다. 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그 사이 직원도 80여명으로 늘었다. 매출은 300억원대, 영업이익률은 20%를 넘나든다.

최 회장은 “아파트가 기업에 비해 회계 규모는 작지만 최근 영리법인화되면서 회계가 많이 복잡해졌다”면서 “단지 특성에 맞게 소프트웨어(SW)를 최적화(커스터마이징)하는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안정된 점유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목표는 매년 영업이익을 5% 이상 늘리는 것이다. 지금 사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업 다각화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플러그 제조사 다원DNS와 콜버스 업체 지분을 인수했다.

정부가 시장 조성에 힘 쏟는 에너지신산업을 퀀텀점프 기회로 봤다. 관리하고 있는 2만여 단지를 전력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다. 10여년 동안 축적한 각 가정의 에너지소비 데이터는 수요관리 사업에 활용할 최고의 자산이다.

아파트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사업에도 나섰다. 현재 100여곳의 단지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바꿨다. 자체 분석 결과 투자비 회수 기간이 2년 4개월로 짧아졌다. 캐피털사가 초기 교체비용을 부담하고 에너지 절약분으로 회수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도 확대한다.

최 회장은 “개별 단지는 작지만 관리하고 있는 2만여 곳의 단지에서 동시에 태양광, 소형 풍력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중형급 발전소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서 “10여년 동안 축적한 아파트 에너지 소비 정보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에너지 프로젝트 오거나이저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1984년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를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학위까지 받은 수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에 입사해 주로 기업 구조 재편에 참여했다. 지난 1997년 효성 경영개선 작업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돼 효성데이터시스템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 경영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금전자동출납기(ATM)를 생산하던 효성컴퓨터와의 합병으로 노틸러스효성을 출범시키고 다시 CEO를 지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벤처를 택했다. 그리고 에너지신산업에서 금맥을 찾고 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