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로봇 변호사가 등장했다.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900명 변호사를 거느리고 있는 미국 대형 법무법인 베이커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는 인공지능(AI) 로봇 변호사 `로스(ROSS)`를 채용했다. `로스`는 IBM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가 제작했다. 인간 변호사 50명과 함께 파산 관련 업무를 맡는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수천 건 관련 판례를 수집 및 분석, 베이커앤호스테틀러가 담당하는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낸다. 이 업무는 통상 대학을 갓 졸업한 초보 변호사들이 맡아왔다. 앤드루 애루더 로스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로스는 IBM AI 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제작한 세계 첫 AI 변호사”라면서 “연관된 판례 구절을 보여주고, (인간) 변호사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지금껏 변호사들이 써 온 관련 소프트웨어는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로스엔텔리전스는 파산 업무 외에 다른 법률 분야에도 로봇을 배치 할 계획이다. 그는 “하이테크업체들이 로스와 같은 AI를 이용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꾸준히 연구해왔다”면서 “다른 법률 분야에도 로스와 같은 로봇을 두는게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법률분석서비스 제공업체 렉스 마키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판례 추이를 분석, 특정 사건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인 케이스텍스트는 크라우드소싱을 이용해 수천 건 주 법원과 연방법원 판례를 분석했다.
아직 AI 변호사가 인간 변호사 위치를 위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밥 크레이그 베이커앤호스테틀러 최고기술경영자(CIO)는 “로스는 (인간)변호사를 대체할 수단이 아니라 이들이 더욱 빨리 움직이고, 배우고, 끊임없이 향상하도록 돕는 보조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애루더 CEO 역시 “로스가 있으면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변호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필요한 구절을 찾느라 수 시간씩 판례를 읽는 대신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