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진학을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이공계 업무가 험하다는 선입견도 있어서 많이 걱정했는데 산업계 선배들을 직접 만나 보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양향자 삼성전자 전 상무 같은 선입견을 깨는 여성 공학인이 되고 싶어요.”(최민지·17)
“이공계 하면 공장 같은 곳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밝고 깨끗한 현장 분위기에 놀랐어요. 여성 직업인으로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정효정·17)
19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레이저 의료기기업체 루트로닉(대표 황해령) 본사에 서울 수도전기공고 여학생 25명이 몰려왔다. 오랜만에 싱그러움이 회사에 넘쳤다. 여학생들은 회사 생산시설, 전시관 등을 둘러보고 자신의 미래도 다시 생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한 케이걸스데이(K-Girls Day)가 이날 120여개 산업기술 현장에서 여학생 2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펼쳐졌다. 올해 3회째인 행사는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첫해에는 95개 기술 현장에 여학생 1876명, 이듬해에는 109곳에 여학생 1852명이 참가했다.
케이걸스데이는 공학계열 여성 인력 비중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마련된 여학생 대상 기술체험 행사다. 여학생들의 공학 계열·산업기술 현장 진출 유도가 목적이다. 기업연구소,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실험실 등을 방문한다. △생산시설 견학 △연구개발(R&D) 현장체험·실습 △여성 선배와의 대화 등으로 산업 현장을 체험한다.
참여 만족도도 높다. 산업부는 지난해 케이걸스데이 참가자 설문조사 결과 여학생 91%가 기술체험 프로그램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최민지 양은 “산업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공학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공계를 지망하는 여성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4년도 전문학사 이상 자연·공학계열 전체 입학생 가운데 여학생 규모는 6만9406명으로 전년대비 629명(0.9%) 증가했다. 비율도 27.5%로 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석사 이상 졸업자 여성 수(비율)는 2006년 4218명(22.6%)에서 2014년 5830명(29.1%)으로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여성 인력의 산업계 진출로 산업 현장에 소프트파워를 더 많이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걸스데이 멘토인 윤채옥 한양대 교수(생명공학과)는 “그동안 공과 계열은 남성 직업이라는 전통 사고방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감능력, 창의성이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면서 “여성 인력이 많은 현장 체험과 네트워킹을 쌓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산업 현장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여성이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다방면으로 지속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연구소 여성연구원은 2012년보다 약 1만명 증가한 4만6000여명이다. 전체 연구원 연평균 증가율 5%에 비해 약 두 배(9.8%)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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