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사업 중 절반가량이 특정 제품에 유리한 구매요건을 사전에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90%가 외산 SW인 VM웨어 제품 요건이다. 정부는 국산SW 산업 육성을 외치지만 현장 공무원들은 특정 외산 제품을 밀어주는 형국이다. 국산SW업계는 경쟁 기회조차 뺏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지난해 SW사업 중 클라우드관련 공공발주 사업 사전규격서(RFI)를 모니터링한 결과 총 90건 발주 사업 중 55건이 특정규격을 명시했거나 명시가 의심됐다. 특정규격(스펙)은 특정SW만 보유한 기능이나 기술요소를 의미한다. 특정규격을 명시하면 사실상 그 규격을 가진 SW만 제안이 가능하다.
본지가 확보한 모니터링 현황자료를 보면, 특정업체 기능으로 의심된 사례 중 90%가량(48건)이 VM웨어 제품이었다. 시트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외산 SW업체도 있었지만 총 네 건에 불과했다. 클라우드 SW사업을 진행한 대다수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VM웨어 제품 구매 의사를 표현한 셈이다.
NIPA 관계자는 “특정 제품 기능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조달청 입찰 사이트에 권고 사항으로 의견을 등록한다”며 “권고에 대한 수정 없이 입찰 본 공고(RFP)를 낼 경우에는 2차 권고를 진행해 문제 있는 부분은 수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산SW산업 육성을 장려하지만 현장 공무원들의 특정 외산SW 구매 의심 사례는 여전했다. NIPA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4개월) 검토한 클라우드 사업 45건 중 35건에서 RFI에 특정 스펙을 넣은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 10건 중 7건 꼴이다.
업계는 경쟁 참여기회조차 박탈하는 관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구매 공무원들의 특정 제품 구매 의사를 바꿀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NIPA가 개선을 권고했지만 이를 무시한 곳도 있었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 연구기관 등 총 12곳은 개선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중 한 연구기관 구매 담당자는 “특정 스펙을 의도해서 넣은 것이 아니었다”며 “사업 성격상 필요한 내용을 담았을 뿐으로 변경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산 업체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특정 업체 얘기만 듣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며 “실제 구매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업체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공부와 권고 사항을 제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SW 클라우드 사업 모니터링 결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제공>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