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의 공포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1930년 벨기에의 뮤즈 벨리(Meuse Valley), 1948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도노라(Donora), 1952년 런던 스모그`

대기오염이 건강에 치명타를 준 대표적 사건이다. 런던 스모그 당시 5일 동안 지속된 스모그 때문에 사망한 사람은 1만2000명에 이른다. 런던 스모그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대기환경기준을 제정하는 등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려는 시도를 했다. 1990년대 초 대기환경기준 이하 농도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기오염, 특히 미세먼지에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도 미래에 지구가 모래먼지로 황폐화돼 새로운 지구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의 쉴 새 없이 부는 모래먼지는 사람들의 폐질환으로 직결된다. 창문을 잠시 열어두면 창틀에 모래가 수북히 쌓인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 일본·미국의 배 이상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경보가 연일 울리고 있다. 이미 일상 속 미세먼지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세먼지 개념을 살펴보면 미세먼지는 유해한 탄소류·대기오염물질 등으로 구성된 작은 먼지다. 크기에 따라 PM10(10㎛ 이하)과 PM2.5(2.5㎛ 이하, 초미세먼지)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과학계가 PM1(1㎛ 이하)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3년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입자 크기가 작아 폐나 혈관, 뇌까지 침투해 천식·폐질환, 조기사망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인 PM2.5로 조기사망한 사람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5배에 달하는 연간 700만명이 된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었다.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WHO의 권고기준인 PM2.5 10㎍/㎥보다 2.5배 완화된 기준인 PM2.5 25㎍/㎥을 적용 중이나 대부분 지역에서 초과하고 있다. 서울(24㎍/㎥)의 경우 PM2.5 농도는 일본 동경(13㎍/㎥), 미국 LA(15㎍/㎥)보다 약 1.5~2배 정도 높은 상황이다. 2014년 기준 중국 베이징 PM2.5 농도는 연평균 98㎍/㎥였다. 국내는 황사의 영향을 받는 상반기인 1~5월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과학 핫이슈]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의 공포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 심각

미세먼지는 직접배출, 자연 발생, 화학반응(2차 생성) 등으로 발생한다. 직접배출은 사업장 연소, 자동차 연료연소, 생물성 연소 과정 등 특정 배출원에서 직접 발생한다. 자연발생은 황사 같은 광물 입자, 소금 입자, 꽃가루나 미생물 같은 생물성 입자 등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화학반응인 2차생성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암모니아(NH3), 휘발성 유기화학물(VOCs)등 전구물질이 대기에서 반응해 생성된다.

초미세먼지 PM2.5는 주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이 대기 중 반응을 통해 2차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많이 생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적 초미세먼지는 고효율 전기집진으로 많이 제거되어 초미세먼지 전체 기여율이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기준 3.4%다. 그러나 2015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황산화물, 질소산화물)가 대기 중에서 반응으로 생성되는 2차적 초미세먼지를 감안하면 기여율이 대폭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린피스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로 연간 최대 1600여명이 뇌졸중, 폐암, 심폐질환으로 조기 사망한다.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은 바로 사업장이다. PM10은 전국 전체 배출량 11만9980톤 중 에너지산업 연소·제조업 연소·생산공정인 사업장 75%(9만15톤), 도로이동오염원과 선박·철도·농기계 등 비도로이동오염원 23%(2만7301톤), 생활주변 배출원 2%(2709톤)다. 수도권 배출량은 9812톤이며 이동오염원 73%(7166톤), 사업장 19%(1866톤), 생활주변 배출원 6%(653톤)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산업시설보다는 교통수단으로 오염이 심각하다.

PM2.5는 전국 전체 배출량 7만6288톤 중 사업장 65%(4만9392톤), 이동오염원 33%(2만5118톤), 생활주변 배출원 2%(1513톤)다. 수도권 배출량은 8362톤이며 이동오염원 79%(6593톤), 사업장 14% (1189톤), 생활주변 배출원 5%(457톤)다.

자동차가 포함된 도로이동오염원은 미세먼지(PM10) 발생의 10.8%, 초미세먼지(PM2.5) 발생의 15.6%를 차지해 제조업 연소에 이어 2위다. 자동차로 미세먼지 발생 과정은 직접 발생과 2차 발생이 있다. 디젤 자동차의 경우 배기가스에 미세먼지가 섞여서 직접 배출된다. 2차 발생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 질산암모늄을 생성한다.

◇초미세먼지 저감기술 취약해…정부 관심 가져야

미세먼지 대책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온실가스 저감대책과 함께 병행할 필요가 있다. 또 전기차, 연료전지자동차(수소차) 보급으로 친환경자동차, 친환경난방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석탄화력, 시멘트, 제철소 같은 사업장과 세탁소, 주유소 등 생활오염원의 미세먼지 배출시설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개인으로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황사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유경선 광운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과 피해방지를 위한 제101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국내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원천기술개발과 상업화가 거의 진행되지 못해 산업분야 미세먼지 저감시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방지기술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필요성은 국내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해외시장 개척에 있어서 더욱 큰 영향을 줄 것인데 대기오염물질 원천기술개발 수준은 매우 취약해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