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 즉 공기업 단점을 알아보자. 박규현 컨설턴트가 정리했다.
◇성장가능성이 작다
성장가능성은 자기성장, 조직성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공기업은 자기성장 측면에서는 극히 불리하다. 이공계 등 전문기술직과 연구직 같은 경우에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자기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공기업 인사시스템 영향이 크다.
대기업 직원은 대부분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다. 공기업은 순환보직으로 지역별로, 부서별로, 담당업무가 3∼5년 안에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분야 전문가로 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
40대가 돼 공기업을 떠나면 실제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 없다. 정년 후에 실제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조직 성장가능성도 문제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조직이 아닌 이상 기존 공기업은 급성장이 어렵다. 조직 성장은 자신의 승진 가능성을 의미한다.
열심히 일을 해서 남다른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해서 승진을 하지 못한다. 대부분 조직이 아직도 연공서열과 근무성적 평정문화에 갇혀 있다.
대기업은 비록 경쟁이 치열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승진이 어렵다면 최소한 돈으로라도 보상한다. 근무하는 회사가 히트상품을 만들어내면 어느 순간 팀장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중견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이 작은 만큼 위험도 크지만 성장가능성도 크다. 경영진 눈에 들기라도 하면 40대 임원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의욕적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에서 이런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어정쩡한 보수 수준
이전에 설명한 대로 공기업 보수는 적당한 수준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다. 적으면 이직이라도 해볼 텐데 그렇게 적지도 않다. 많으면 좀 더 멋지게 살고 투자라도 해볼 텐데 그리 많지도 않다. 그래서 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만일 부모님이 특별히 물려주실 것도 없고 맞벌이도 아니라면 공기업 보수는 말기 환자에게 마약과 같다. 만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커서 고등학교에라도 들어가는 때가 되면 매년 1000만원씩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볼 가능성이 크다.
외벌이를 하면서 매달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집을 장만해야 하거나 좀 더 많은 돈을 벌어 안정적 노후생활을 즐길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공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정적 조직문화, 변화 없어
공기업은 매년 새로운 사업과 경영전략을 만들어내지만 실제 변하는 것은 크게 없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환영받지만 조직을 바꿀 만한 큰 아이디어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모든 사업이 정부가, 주무부처가 정해 놓은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올해 하고 있는 일이 작년에 내가 했던 그 일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이런 조직문화는 인사시스템으로 가면 더욱 극명해진다. 대부분 입사연도에 따라 기수가 정해지며 승진은 이 기수를 뛰어넘기 어렵다. 점차 성과중심 인사제도가 정착되지만, 고착화된 조직문화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지방근무 감수
2003년 국가균형발전이란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2005년에 이전계획이 완성됐다. 2007년 10개의 혁신도시 지정을 완료하고 2012년경부터 공기업 16개사, 준정부기관 49개 기관, 기타공공기관 45개 기관, 총 110개 기관이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이전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 기관이 수도권에 많은 지사를 가지고 있어서 수도권에 근무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모두 지방 본사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당연히 신입직원이라면 지방 본사에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선배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단점을 정리하면 `위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다. 미래 위험은 충분히 회피할 수 있지만, 미래에 많은 것을 얻지는 못한다.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공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에 도전해야 한다. 밝은 미래보다는 우선 안정적 삶을 꿈꾼다면 당연히 공기업이 최고의 선택이다. 취업클리닉을 찾아와 공기업을 묻는 취업준비생에게 가끔 묻는다. 빨간 약을 먹을 것인지, 아님 파란 약을 먹을 것인지를 말이다. 참 어려운 선택이다.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