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을 위한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에 화웨이가 빠르게 진입했다. `패킷광전송네트워크장비(POTN)` 참여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화웨이가 가격 뿐 아니라 기술 고도화에도 성공하면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KT는 차세대 기간망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에 화웨이 POTN 장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POTN은 광·회선·패킷 계층을 하나의 장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통합 시스템. POTN이 기간망에 적용되면 트래픽 수용 용량이 늘어난다. 여러 장비를 구축할 필요가 없어 설비 투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 5G·사물인터넷(IoT)에 적합한 다양한 서비스도 구현하기가 쉽다.
KT는 시범사업을 위한 화웨이와 시에나를 벤치마크테스트(BMT)에 붙였다. 최종적으로 화웨이를 선택했다. KT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화웨이 장비로 시작하지만 본사업 일정은 잡지 않았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OTN 시범사업은 올해 안에 끝난다.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남다르다. 화웨이는 싼 가격을 앞세워 네트워크 시장점유율을 높인다고 평가받았다. 기간망과 장비 간 테스트 성격인 사업에서 화웨이가 선택되면서 POTN 기술력도 높게 인정받았다. POTN은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로 관심을 모으지만 안정성 이슈도 남아 있다. 특정장비를 선택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BMT를 통해 화웨이 POTN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받았다는 의미다.
KT는 여러 제품을 고려해 본 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 성과에 따라 기존 장비인 화웨이 POTN이 본 사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에는 SK브로드밴드가 전국 단위 전송장비로 화웨이 광전송네트워크(OTN) 장비를 택했다.
국산 장비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아직 POTN 장비를 출시한 국내 전송장비 회사는 없다. SK텔레콤에서 일부 국산 POTN 장비로 호환성 검증 등 테스트한다. 실제 서비스 구현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성능차이도 벌어졌다. 화웨이를 비롯한 외산 장비는 10테라급 용량을 갖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 업체가 10테라급 장비를 개발하지만 내년 2월에서야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실제 완제품까지는 연구개발(R&D) 단계가 한참 남았다.
완제품이 나오더라도 시장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높다. KT와 SK텔레콤이 올해 시범사업을, 내년에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들어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계층을 통합 관리해 음성·미디어 데이터 등 다양한 신호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POTN”이라며 “통신사가 앞 다퉈 신규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를 서둘러 마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