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국방부 독단에 온 사회가 떠들썩..병역특례제 폐지 논란

[이슈분석]국방부 독단에 온 사회가 떠들썩..병역특례제 폐지 논란

국방부의 병역특례제 폐지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산업계는 물론 정치, 사회 등 다방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부 부처를 포함해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은 우려를 표한다. 국방부는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그럼에도 사회 합의 없는 독단의 의사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오는 2023년까지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이공계 출신에게 부여한 병역특례제의 완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각 부처에 이공계 병력특례제 폐지 계획을 담은 안을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각 부처는 협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제도 폐지에 불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가세, 국방부를 압박한다.

계획안에는 산업기능요원 배정 인원을 2018년 6000명에서 2019년 4000명, 2020년 3000명까지 단계별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2023년에는 완전 폐지한다. 석·박사 학위가 있는 인력 대상인 전문연구요원도 2020년 2000명, 2021년 1500명, 2020년 500명을 거쳐 2023년 전면 폐지한다. 연간 1000명이 선발되는 박사 과정은 2019년부터다.

병역특례제는 과학·산업계 인재 양성을 위해 지난 1973년에 시행됐다. 국내 대표 연구기관과 대학, 민간 연구소, 벤처기업 등에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석·박사급 인력 상당수가 이 제도를 통해 경력 단절 없이 연구를 진행했다. 인력 양성은 물론 국가 R&D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병역특례 인원은 학사 이하 대상인 산업기능요원이 1만5000명, 석사 이상 전문연구요원이 2500명이다. 2014년 1만500명, 2015년 1만1000명에서 올해 60% 이상 급증했다. 보충역에 대한 병역지정 업체를 중견기업에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대상을 확대해 온 국방부가 돌연 2023년까지 제도 전면 폐지를 검토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 중소기업의 인력난 가중, 이공계 우수 인력의 해외 유출 등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추진이라는 비판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317개 중소기업의 90.4%가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를 반대했다. 이 가운데 13.7%는 오히려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병역특례자를 채용한 기업은 전국 2000여 곳에 이른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고급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 R&D 역량을 키우고 있다. 특례자도 경력 단절 없이 연구 활동에 전념한다. 병력특례제가 폐지되면 이러한 중소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는 깨지게 된다.

국방부는 병력 자원이 해마다 급감, 병역특례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병력 활용 인구인 20세 남자 수는 약 35만명이다. 2023년에는 25만명으로 급감이 예측된다. 2020년까지 현 63만명 수준인 병력을 52만명으로 줄인다 해도 2만~3만명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부족한 병력 자원을 보충하기 위해 특례제 폐지를 선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역자원 전환·대체복무제 폐지 계획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역병의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됨에 따라 병력 자원 확보를 위해 지속 검토했다”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국방 태세 유지와 산업 발전, 우수 인재 활용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관계 부처와 공동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꾸준히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치를 고려, 병력 자원 등 국방력은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회 합의 없는 병역특례제 폐지는 국방부 독단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까지 협의 없이 이뤄지는 제도 폐지에 문제를 제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3500명에 이르는 병역특례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다”면서 “국방부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국방부가 추진하는 일이어서 대외로 의견을 밝히기 난감하다”면서 “하지만 우리 연구소 역시 절반 이상이 병역특례로 채용했는데 제도 폐지가 결정되면 인력 수급 문제는 물론 산업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족한 병력 자원 보충에 병역특례제 폐지가 답인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체계 고도화 등 국방현대화를 통한 부족한 병력 자원 해소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군을 현대화하고, 국방 인력의 효율 배치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부처 간, 사회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미래부는 국방부에 병역특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전달했다.

국방부가 논란을 감안하고 제도를 폐지하는 이면에는 군 장성을 포함한 장교·부사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4년 국방개혁 결과 병사 수는 7만4000여명 줄었다. 그 대신 부사관과 장교는 각각 2만3000여명, 606명 증가했다. 장성은 단 1명만 줄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2030년까지 장성 수를 440여 명에서 360명 수준까지 낮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 장군 보직은 한 명도 줄지 않았다.

한 국방기관 출신 관계자는 “보통 장병 수가 줄면 이들을 지휘, 통제할 지휘자 수도 줄 수밖에 없다”면서 “현대화된 무기와 장병 효율 배치 등으로 현 수준보다 장병을 더 줄일 수도 있지만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 지휘자 `자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