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결제 시장을 평정한 알리페이가 내년 한국 증권시장 상장을 공론화한 것은 국내 핀테크 시장이 무한경쟁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핀테크 규제에 얽매여서 이제 갓 부화한 올챙이 앞에 `황소개구리`가 등장한 셈이다. 알리페이가 보유한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허용되면 금융사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연계(O2O) 기반 유통, 여행 등 여러 사업 분야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페이는 이미 중국에서 전자결제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중국인 대다수가 알리페이 전자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인프라를 대거 확장하며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파격의 할인 혜택과 부가서비스는 한국 금융업계가 따라갈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파괴력을 보유한 알리페이가 한국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시작하면 e커머스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마윈 회장은 한국 방문 때 제휴나 지분 인수를 통한 진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온라인 쇼핑몰 개설이나 직접 운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알리페이의 행보는 심상찮다. 금융권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알리페이가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해 한국 토종기업과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물밑으로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 등에 합작법인 설립 제안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 상장 계획까지는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하나금융 등과 법인 설립 등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미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간전자상거래(P2P), 간편결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알리페이는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알리페이가 진입하면 시장 재편은 불 보듯 뻔하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다양한 방식의 서비스가 출현했지만 독점 사업자는 없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여러 결제서비스 가운데 서비스와 점유율 면에서 경쟁우위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알리페이는 34개국에서 회원 약 9억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ID와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데다 이체, 자금 상환, 각종 요금 납부, 대출,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위어바오 같은 자산관리 상품은 중국 현지에서도 대성공을 거뒀고, 인터넷전문은행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한국이 공인인증서 문제로 시끄러울 무렵에 알리페이는 이미 위어바오, 배달, 전장, 광열수도료, 친밀지불, 해외여행 등 20여가지에 이르는 신금융 융합 서비스를 시작했다. 규모와 서비스 면에서 파괴력이 다르다.
다만 알리페이의 한국 서비스는 중국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알리페이의 주요 지급결제 방식을 보면 정밀한 신용평가보다 가상계좌를 통한 결제가 주를 이루는데 정밀한 심사평가 기준을 보유한 우리나라 실정에는 부합하지 않는 모델”이라면서 “현재 서비스를 한국에 차용하기보단 또 다른 방식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