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엄지족 대세에 자취감춘 금융권 점포

동네에 자리 잡고 있던 은행 점포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목 좋은 곳에 하나씩 있던 증권사 영업지점도 하나씩 문을 닫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은행들의 점포 운영 트렌드` 보고서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4년 말 7398곳에서 지난해 말 7261곳으로 137곳 줄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추가로 점포 통폐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슈분석] 엄지족 대세에 자취감춘 금융권 점포

KEB하나은행은 다음 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전산통합을 완료한 뒤 점포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합병하면서 980여곳(2014년 초 기준)에 달하는 전체 점포 가운데 60여곳을 정리해 현재 지점 수는 933곳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점포수를 보유한 KB국민은행은 1207곳(2014년 초 기준)에서 현재 1123곳으로 줄었다. 3년 만에 점포 84곳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말 점포 956곳에서 현재 931곳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25개 점포가 사라졌다. 27개를 통폐합하고 2개를 신설했다.

국내은행 점포수는 2012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최근 3년간 총 420곳 점포가 사라졌다. 이 기간에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점포 200여곳이 문을 닫았다.

특히 문 닫는 점포들은 지방 소재 소형점포가 아닌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사라진 점포 137곳 중 100곳이 서울 및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최근 3년간 없어진 점포 73%가 수도권에 위치한 점포였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2개 자치구에서 은행 점포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수 감소 상위 3개 자치구는 강남구(-14개), 중구(-8개), 서초구(-7개) 순이다.

나성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의 점포수 감소 상위 3개구는 주민등록인구보다 사업체 종사자 수가 더 많았다”며 “점포당 주민등록인구와 사업체 종사자 수가 적은 은행 점포 밀집지역으로 시중은행들이 이 지역 점포를 우선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서울, 경기 다음으로는 광주, 전남에서 은행 점포가 33곳 줄었다. 또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시에서는 점포가 감소한 반면에 경남, 강원, 경북 등에서는 점포가 늘었다.

은행들이 대대적인 점포 축소를 감행하는 이유는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확산이 빨라지면서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점포 방문 고객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뱅킹 서비스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5115만건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 12.4% 증가했다. 이용 금액도 하루 평균 2조8948억원으로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1565억원 늘었다.

모바일뱅킹 등록고객도 크게 늘었다. 지난 3월 말 현재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은 6800만3000명으로 작년 말보다 5.0%(321만2000명) 늘었다.

또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점포 판매비 및 관리비도 대폭 줄였다.

지난해 시중은행 점포당 평균 판관비는 26억64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1억2000만원에 비해 평균 4억5600만원 줄어든 것이다.

또 시중은행 총 임직원 수가 2600명가량 줄면서 급여,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등 인건비가 점포당 3억2000만원 감소했다. 임차료도 점포당 5000만원, 기타 판관비도 8000만원 줄어드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되면서 부실 점포를 하나씩 둘씩 정리하는 것이다.

증권사 상황은 은행보다 더 심하다.

2010년 말 1790곳에 달하던 증권사 지점은 올해 3월 기준으로 1110곳으로 38%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변수로 시장이 힘들어지면서 줄어든 부분도 있고 그동안 꾸준히 벌어진 업권 내 인수합병에 의한 감소분도 있다.

하지만 증권사 지점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도입과 확산이다. 언제 어디서나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지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증권사에 따라 상황은 다르지만 HTS·MTS 거래 비중은 거래량 기준으로 80%를 넘은 곳도 많다. MTS만 해도 50%를 넘은 곳이 여럿일 정도다.

예전처럼 목 좋은 곳에 지점을 차려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영업으로는 온라인·모바일이 대세인 시장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자산관리, 퇴직연금 등 영업 외연이 확대되면서 굳이 지점을 여럿 만들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다.

올해도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KB금융이 현대증권을 각각 인수하면서 지점 통폐합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비대면계좌 개설 허용으로 대부분 신규 계좌가 영업점이 아닌 모바일로 이뤄지고 있어 지점 감소에 불을 댕길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지점을 줄이는 대신 대형화·집중화를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 찾아가는 영업으로 시장 확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