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억원 규모 알뜰폰 전파사용료 추가 유예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이 가계통신비 절감과 고용창출에 이바지한 점을 강조하며 전파사용료 납부가 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 등 다른 산업과 형평성, 세수 확보 등을 고려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고심이 깊어졌다.
기획재정부는 다음주 알뜰폰 전파사용료 추가 유예 여부와 관련해 내부 보고를 진행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늦어도 6월 초에는 정책 방향을 정해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유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행령 개정과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6월 중순 이전에는 유예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전파사용료는 전파를 사용하는데 따른 대가다. 가입자당 461원으로 2015년 기준 280억원 규모다. 정부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알뜰폰 전파사용료를 면제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 한 차례 더 유예했다. 알뜰폰 업체가 대형 이동통신사에 비해 영세하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알뜰폰이 가입자는 600만을 넘어섰다.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매달 10만명씩 꾸준히 증가한다. 2015년 말 기준 시잠점유율은 10.2%로 당당히 이동통신 시장 한 자리를 차지한다. 지금 상태라면 2019년 말 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점유율 13.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폭도 줄었다. 2014년 965억원 이상이던 알뜰폰 업계 적자는 지난해 500억원대로 감소했다. 38개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가 어려워졌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전파사용료 면제를 1년 유예 받는 데도 큰 진통이 따랐다. 이미 1년 유예를 한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 유예를 한다면 다른 산업계에서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세수 확보를 해야 하는 기재부로는 형평성 등 여러 이유로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는 전파사용료가 매출이 아닌 순수 이익금에서 지출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업체 대다수가 큰 어려움이 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알뜰폰 원가 구조는 도매대가(40%), 마케팅·유통비(30%), 일반 판관비(30%)로 구성되는데 전파 사용료는 전체 4.5%를 차지한다.
이동통신사 40% 수준인 1만5000원대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에서 461원이 빠져나가면 업계 적파폭이 확대될 것은 자명하다는 주장이다. 또 알뜰폰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계통신비 2조원 절감에 기여했기 때문에 업체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전파사용료는 당분간 유예해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2004년 7월 LG유플러스가 시장점유율 15.7%를 확보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 정책을 유지해왔다”며 “알뜰폰 역시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할 때까지 전파사용료를 감면해 주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알뜰폰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절감액(단위:억원, 자료:알뜰폰협회)>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