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과제 수를 제한하는 `R&D 연구 수행 총량제(이하 연구 수행 총량제)에 대한 업계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출연금이 적은 사업은 기업이 아예 피해버리는 부작용도 제기됐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되 올해까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연구수행 총량제에 대한 중소·중견기업 불만이 다양한 통로로 새어 나오고 있다.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청과 국무조정실에 민원을 제기한다. 지난 2일 중소기업청장과 간담회에서 일부 기업 대표는 연구 수행 총량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하 산기평)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등을 통해 업계 민원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주로 R&D 과제를 활발하게 받는 일부 기업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도 사업 진행이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기관 관계자는 “최근 한 사업이 최대 몇천만원 한도로 정해졌는데, 연구수행 총량제 도입 이후인 올해 기업 지원이 확 줄어 결국 사업을 재공고했다”며 “지난해 사업은 초반 경쟁률이 2대 1 정도였다. 올해는 홍보가 더 많이 됐음에도 불구, 경쟁률이 1대 1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연구수행 총량제는 지난해 12월 첫 도입됐다. 당해 연도 기업당 최대 수행 과제 수를 중소기업 3개, 중견기업 5개로 제한했다. 기업이 정부 재원에 무분별하게 의존하고, 이로 인해 좀비 기업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연구수행 과제 기준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구 수행 몰입도도 함께 고려하면서 제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산기평 관계자는 “연구수행 총량제는 정부가 기업에 R&D 지원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특수한 상황이 낳은 제도”라며 “금액에 따라 기준을 정하는 것 등을 고려해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되 올해까지는 현행 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3월 연구수행 총량제 예외 기준을 두는 등 제도를 다듬고 있는 단계다.
김홍주 산업부 산업기술개발과장은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전제한 뒤 “중소·중견기업 제안과 소액과제 수행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R&D 제도개선 방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