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3개국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핵심으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 방침과 더불어 임시 국무회의 개최 계획을 보고 받고, 이날 회의에서 재의 요구안이 의결됨에 따라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했다.
박 대통령이 전자서명 방식으로 재의 요구안을 재가하면 거부권 행사 절차가 마무리되고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려보내진다.
해외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전격적으로 재의결을 요구하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라 밖에서 정상 외교를 하던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 사실상 마지막 날에,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더욱 크다.
새누리당은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라며 옹호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후반기 개정 국회법을 활용하려던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야권은 지난 13일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이후 자제해오던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재개하는 등 여야 간 대립 수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회동 이후 조성된 `협치` 분위기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형국이다.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도 대치 정국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법이 더는 논란이 안 되기를 바란다. 정쟁보다 협치를 통해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재의 요구는 당연하고 고유한 권한 행사”라며 “재의 요구는 협치와 성격이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대위원회의에서 “매우 졸렬하고 유치하다. 국민은 `총선에서 심판 받고도 정신 못 차렸구나`라고 지탄할 것”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일방적 독주가 아니라 진정 협력하는 협치로 난국과 난제를 풀어가길 기대한다. 그것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며 다수 국민의 뜻”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야권 3당은 박 대통령 재의 요구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개원 정국에서 재결집하는 분위기다.
19대 국회 임기 사실상 마지막 날 재의 요구안이 넘어옴에 따라 본회의 표결 무산은 거의 확실하다. 이에 따라 재의 요구안이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을 경우, 20대 국회에서 이를 의결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 커졌다.
여권은 재의 요구안이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권은 재의 요구안을 19대 국회내에 의결하지 못하더라도 20대 국회로 자동으로 넘어간다고 맞서고 있다.
만약 재의 요구안이 자동 폐기되면 야권은 강력한 대여 공세 모드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 또 난항이 예상되는 20대 국회 원 구성 작업도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된다.
여소야대 및 3당 체제라는 정세 변화로 아무리 빨라야 7월 17일 제헌절을 앞두고 완료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원 구성 협상은 헌정 사상 가장 늦게 타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