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연구소를 가보고 놀랐습니다. 장비, 연구소 모두 너무 허름하고 낡았더군요. 그런데도 `노벨상`이 나옵니다. 으리으리한 연구소, 값비싼 장비가 있지만 노벨상이 나오지 않은 우리와는 너무 다릅니다.”
과학기술계의 한 원로가 개탄한다. 우리의 `하드웨어(HW)` 만능주의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과학기술에 투자하면서 우리나라는 HW를 잘 갖췄다. 그런데 정작 그 장비를 쓰지도 않는 연구소가 숱하게 많다. 내부 운영은 어찌되든 보여 주기 좋아하고 성과로 삼으려는 문화 때문에 장비를 자꾸 구매하고 건물을 짓는다.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온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마찬가지다. 각 지역에는 값비싼 3D프린터 장비 등을 공급해 놓은 혁신센터가 11곳이나 있다. 한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센터에 장비는 들여놨는데 정작 값이 비싼 `소재` 운영비가 지원이 안 돼 잘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예산이 HW가 아닌 3D프린터 마스터(전문 인력)에게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기관별 HW 위주의 중복 공급으로 실 사용률은 미미하다고도 지적했다. 형식과 외관만 차용해 본질적 의미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비싼 소재 값이라는 하나의 산을 넘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을 `디자인`에 신경 써야 하는데 디자인 인력을 구할 예산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SW)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목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김연아 선수는 국내에 피겨스케이트 전용 링크가 없어서 놀이공원 아이스링크에서 한밤중이나 새벽에 훈련했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 한국 출신으로서 `금메달`을 따냈다. 더 이상 장비나 건물 같은 HW에 집착하지 말자. 장비가 있어도 그 장비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빛을 발한다. 연구자와 현장 실무자가 원하는 것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 지원과 실제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운영비 등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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