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제대로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미국에서도 발견됐다. 현지 방역 당국은 일상적인 감염이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미생물학회(ASM)는 자체 발간하는 학술지 `항균제와 화학요법(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erapy)`에 이 같은 내용을 논문으로 보고했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다제 내성균 감염에 처방되는 `최후의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카라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 펜실베니아주에 사는 49세 여성 소변에서 검출됐다. 이 박테리아는 콜리스틴 저항 유전자 `MCR-1`도 포함했다. 콜리스틴과 카르바페넴은 흔히 쓰이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다제 내성균`에 대응한 항생제다.
이번에 발견된 CRE는 이들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졌다. 다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카르바페넴을 처방하는데, 이마저도 듣지 않으면 콜리스틴을 쓴다. 콜리스틴은 신장 독성이 강해 위험을 무릅쓰고 처방하는 `최후의 항생제`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월터리드 국군의료센터는 “이것은 진정한 항생제 내성 세균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MCR-1 박테리아가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경고했다.
콜리스틴 저항유전자 MCR-1은 플라스미드(plasmid)를 통해 전파된다. 플라스미드는 염색체 이 외 DNA 분자로, 독자적인 복제와 증식이 가능하다. 이는 콜리스틴 내성이 복잡한 돌연변이·진화 없이도 다른 세균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최고 수준에 다다른 슈퍼박테리아는 지난해 11월 중국 연구자들이 보고했다. 이후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태국 등에서도 보고가 잇따랐다.
토마스 프리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우리는 항생제 이후 세계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