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일이다. 16년만에 맞는 3당 체제다. 여소야대 정국에 국민이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여야로 나뉘어 지리한 정치 공방을 반복했던 지난 국회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은 명백하다. `일하는 국회`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19대 국회는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19대 국회는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독특한` 사례로 지목한다. 일명 `몸싸움 방지법`인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물리적 충돌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막말`이 채웠고 일은 하지 않았다.
19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까지 시민들의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위한 천만서명운동은 계속됐다. 경제계는 19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막판 통과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도 서명 운동은 이어졌다. 그만큼 간절했고 절실했기 때문이다.
20대 원 구성 협상이 기한내 마무리된다면 첫 본회의는 내달 7일이다. 이 자리에서 3당의 상징성과 비전을 담은 `1호`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협치`로 1호 법안의 진정성 있는 논의와 법안 통과라는 전진을 기대했다.
하지만 일말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으로 알려진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국은 다시 급랭했다. 야권은 20대 국회가 열리면 이 법안에 대한 재의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결국 3당 체제하인 20대 국회도 시작부터 극명한 여야 대치로 가게 됐다. 20대 원 구성 협상도 시한내 처리될 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당초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던 경제활성화법을 1호 법안으로 내세우려다 여야 기우를 인지, 계획을 수정해 청년기본법을 내걸었다. 더민주는 세월호·누리과정法 추진에, 국민의당은 공정성장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운용지묘재일심(運用之妙在一心)`이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의미다. 북방 이민족의 침략에 맞서 송나라를 지킨 한 장수의 영웅담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병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기와 임전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20대 국회가 식물국회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운용지묘재일심, 즉 어떻게 `진(陣)`을 한 마음으로 잘 운용해 나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대 국회의 진은 단연 `경제 살리기`다. 첫 단추인 1호 법안만큼이라도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회법에 정해진 일정에 맞춰 약속을 지켜내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도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