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의 5개 사업부문 분리는 사업효율화를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는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정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전략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 자금을 확보하고 삼성금융지주 전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그룹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삼성카드 고위관계자는 “2개 사업부문을 외부위탁하고, 3개 사업부문 위탁을 검토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외부 위탁은 핵심이 아닌 사업을 외부에 맡겨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외부 위탁과 해당 사업 정리나 삼성카드 매각을 위한 수순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카드 사업부문 분리를 단순 조직 정비로 보지 않는 시각이 있다. 그동안 삼성카드 행보를 볼 때 매각계획 가능성과 관련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치부하기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삼성카드·증권 매각설은 금융시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국내 카드시장은 불황기다. 신한카드에 이어 업계 2위라는 꼬리표도 1위를 지향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서민 가계부채 온상이라는 여신금융 업무를 바라보는 불편한 편견도 부담스럽다.
이번 사업 분리가 삼성카드 단독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삼성카드 고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통합 삼성물산 간 지배구조 순환출자 고리는 이 부회장에게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있다”며 “삼성카드를 바라보는 내부 시선도 매각이 답이라는 여론이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최근 주요 사업에서 삼성카드를 제외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최근 삼성페이 통합 포인트 사업을 신한카드가 맡았다. 삼성카드로선 자존심을 구겼다.
금융권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큰손 기관투자자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올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는 삼성카드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삼성카드는 자본금 약 6조5000억원, 이익잉여금 3조9000억원 규모다. 다른 카드사보다 자본금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 반면 삼성생명은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처지다. 보험업계가 2020년까지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을 도입해야 하는 점도 변수다.
삼성생명은 올해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37.5%)을 모두 사들여 1대 주주(79.1%) 자리에 올라섰다. 오는 8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3분의 2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는 주주총회 없이도 간이 합병이나 분할을 결정할 수 있다.
여러 상황을 보더라도 삼성카드 역할은 축소되고 생명, 자산운용 간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추후 삼성카드가 투자부문과 자산운용부문으로 사업영역이 분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매각 전 단계로 6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삼성생명과 합병하는 총알로 쓸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자본금도 채우고 중간금융지주 전환을 위한 실탄을 동시에 확보하는 셈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