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소프트웨어(SW)기술자 경력신고제도가 세부 직무 체계에 기반을 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중심으로 개편된다. SW기술자 수준(레벨)을 아홉 단계로 책정이 가능해졌다. 2012년 SW기술자들의 거센 반발로 사라진 `SW기술자 등급제` 부활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SW협회)는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SW기술자 경력관리체계 개선(안) 공청회`를 진행하고 NCS 기반의 신(新) 경력관리시스템 주요 내용을 기업 인사 담당자와 SW 기술자들에게 소개했다.
SW협회는 NCS에 기반을 두고 경력을 신고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한다. NCS는 총 5개 소분류와 22개 세분류로 구분, SW기술자가 정확하게 경력을 기술하도록 돕는다.
업계도 경력기술 세분화에 긍정적이다.
국내 SW 기술자 대표 커뮤니티인 OKKY의 정재우 실장은 “SW기술자 특성상 자신의 개발 능력을 최대한 알리고 경력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기존 시스템은 SW 기술자가 자기 경력 알리기에 부족하지만 (NCS에 기반을 두고) 경력을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개편한 점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NCS체계에 수반된 IT산업 역량체계(Sectoral Qualification Framework) 도입이 도마에 올랐다.
SW협회는 NCS에 맞춰 SW 기술자 역량을 아홉 단계로 나누는 작업을 병행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NCS 직무 능력을 선택하고 경력 등을 기술하면 비기너, 주니어, 마스터 등 아홉 단계로 레벨이 정해진다. 일종의 `등급`인 셈이다.
SW 기술자를 초급, 중급, 고급, 특급 등 등급으로 나누는 `SW기술자 등급제`는 등급 산정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2012년에 폐지됐다. 당시 대다수 SW 기술자들이 이 결정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NCS 도입과 함께 다시 등급제가 현장에 적용되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협회는 단계별 자기 역량을 측정하는 `역량측정 자가진단서`를 개발, 조만간 보급할 계획이다. 추후 역량 수준을 SW사업대가 산정 시 활용하도록 설계한다.
업계는 예전처럼 정부가 SW 기술자의 경력을 등급이나 레벨 등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개발자 수준별 경력을 재단하고 이를 적용, 활용하라는 방식은 문제”라면서 “SW 기술자 등급제가 사라진 이후 현장에서 이를 대체하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SW 기술자들과 함께 이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W기술자 투입 수(헤드카운트) 방식으로 사업 대가를 산정하는 데 악용된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 임원은 “기능점수(펑션포인트)를 반영해 사업 대가를 산정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초급 몇명, 중급 몇명 방식(헤드카운트)으로 사업 대가를 따진다”면서 “세부로 레벨을 나누고 이를 사업 대가까지 적용한다면 당장 레벨별로 인력을 뽑으라고 요구를 받을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나간 우려`라는 입장이다.
이승원 미래창조과학부 SW산업과장은 “아직까지 의견 수렴 단계”라면서 “사업 대가에 본격 적용할지 여부는 충분히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SW기술자 등급제 부활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