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업계가 모바일 지불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규격을 제정, 하반기부터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카드사들이 각자 이해관계를 접고 해외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해 대승적 합의를 이뤄 냈다.
NFC 방식 모바일결제 시장은 소매업 부문에서만 2020년까지 13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애플, 비자, 인롄 등이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한국 시장까지 각종 플랫폼사와 제조사까지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인프라 구축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원론적인 다툼만 이어 왔다.
사실 NFC 인프라 구축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지난 2011년 정부와 통신사, 카드사, 유통 가맹점이 모두 참여한 NFC 기반의 모바일카드 시범 사업이 추진됐다. 이동통신 3사와 카드 11개사, 밴사업자 3개사, 6개 유통업체 등이 서울 명동 지역에 시범존을 구축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1년이 지나고 나서 해당 사업은 흐지부지 사라졌다.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 주체와 상호 입장만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카드사별로 NFC 구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모든 산업의 기반은 유통과 결제 시장이다. 특히 국가 간 영역이 무의미해져 가는 시장의 변화를 감안할 때 유통과 결제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향후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 결제 시장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 카드사들이 결제 시장 사수에 나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11년 시도가 성공리에 진행됐으면 하는 미련도 남지만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전의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각자의 이해득실만 따지면 어렵게 이뤄 낸 합의도 결국 무산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자칫 모바일결제 시장 주도권을 해외 기업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지만 그 과정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까지 반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