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유주라면 이용해 봤을 서비스가 대리운전이다. 이용하다 한 번쯤 얼굴을 붉혀 봤을 서비스도 대리운전이다.
술자리가 많은 한국 직장인들에게 대리운전은 꼭 필요한 서비스다. 술을 마시지 말든가 차를 두고 가든지 양자택일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저마다 사정이 있어 결정은 쉽지 않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를 시작했다. 호출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진다. 1000원 단위로 책정되는 미터기(앱)가 요금을 알려 준다.
그동안 대리운전은 전화로 가격을 협상하고, 의심쩍어 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도착해서 승강이를 벌인 것을 생각하면 카카오 서비스는 `대리운전의 새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카카오는 서비스 출시에 앞서 소비자보다 공급자에 해당하는 대리기사에게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카카오 택시`가 큰 성공을 거뒀지만 콜택시업계의 공멸 등 부작용도 있었다.
카카오는 앞으로도 기존의 생태계와 조화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O2O 서비스는 `골목상권` `동반성장` 이슈에 부딪히면 순항하기 어렵다.
공급자 우대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급자 중심으로 흐르면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다. 카카오 택시는 이용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다. 무엇보다 `공짜`다. 콜택시업계는 타격을 받았지만 이용자 만족도는 높았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대리운전업계와 직접 경쟁을 피하고 대리기사를 보호하려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낮다. 기본요금이 기존의 대리운전에 비해 싸지 않다. 그 대신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소비자가 누릴 혜택 일부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O2O 서비스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기존의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면 최상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카카오 드라이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이도저도 아닌 서비스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