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기만 시작해 놓고 실제로 일은 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다. `국회의장단 자율투표제`가 변수로 떠오르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여야가 현실상 받기 어려운 `카드`를 내놓고 협상하면서 법정 시한에 맞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구성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19대와 마찬가지로 `지각 개원`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련기사 4·5면
여야의 대치점은 국회의장직을 중심으로 빅3(법제사법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국회운영위) 상임위원장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회의장직을 놓고 “자율투표를 해서라도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거야(巨野)가 숫자로 밀어붙이는 의회 독재”라고 반박하며 예정돼 있던 원내대표 회담 등을 모두 취소했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 출신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관례`라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1일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공조를 `야합`으로 규정하며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없이 원 구성 재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계획된 원내수석부대표 회동까지 전면 중단됐다.
김도읍 새누리 원내수석부대표는 “잘되고 있던 원 구성 협상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며 협상판을 깼다”면서 “두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 것을 사과하고, 야합을 백지화하며, 이런 꼼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야3당이 합의했다고 여당에서 협상을 않는다면 앞으로 야당이 하는 일은 모두 여당 결재를 받으란 말이냐”며 새누리당의 독단을 비판했다.
협상이 꼬이자 야당 측은 “자율투표는 개원 시한을 준수하자는 의미로 원내수석부대표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이지 합의는 아니다”며 중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원 구성이 8월에야 완료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약속한 `일하는 국회`와는 반대 행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당내 의원 간 상임위 배분을 놓고도 혈투가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위,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기획재정위, 국토교통위 등에 의원 신청이 몰렸지만 국방위와 안전행정위 등에는 지원자가 적은 양극화 현상이 벌어졌다.
정계 관계자는 “당내 상임위 배분을 놓고도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원내대표실 문턱이 닳은 정도로 많은 의원이 드나들면서 보이지 않는 사전 조율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