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 기술도 흡수할 듯

중국, 세계 반도체 생산기지로 급부상… 기술도 흡수할 듯

중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이 현지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 기술유출 우려 등이 있으나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을 잡기 위해선 현지 공장을 지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중국 입장에선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술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수입액은 석유 수입액보다 많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산업을 키우고 있다.

2일 세계 2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GF)는 중국 충칭시와 합작으로 300㎜ 웨이퍼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충칭시는 토지, 건물 등을 제공하고 GF가 장비, 기술을 대는 조건이다. 양측 지분 비율, 투자액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130~40나노급 로직, 아날로그, 혼성신호 칩을 생산하게 된다. 초기 양산규모는 월 웨이퍼 투입 기준 1만5000장 수준인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했다. GF는 싱가포르 팹7 공장에 내재된 기술을 중국 충칭공장으로 이전해올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용 실리콘 웨이퍼 원판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생산용 실리콘 웨이퍼 원판 ⓒ게티이미지뱅크

앞서 TSMC도 중국 난징에 첫 300㎜ 웨이퍼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양산 시점은 2018년이다. 16나노 핀펫 칩을 만든다. TSMC 최신 기술 로드맵을 보면 2018년 최신 공정은 10나노 혹은 7나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는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늦은 기술이 도입되는 셈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현지에 300㎜ 웨이퍼 공장을 짓는 것을 불허해왔으나 `공장을 짓지 않으면 중국 고객을 잡기가 어렵다`는 업계 목소리를 받아들여 규제를 완화했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는 “중국 반도체 팹리스 업계의 성장세가 대단한데, (기술 유출 우려가 있긴 하나) 그들을 잡으려면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GF가 중국 공장에서 10나노대 핀펫 공정이 아닌, 130~40나노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3D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이다.

메모리 분야에선 이미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3D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서도 이천 본사와 시차가 거의 없이 최신 공정 D램이 양산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도 중국에 뛰어든다. 인텔은 지난해 중국 다롄에 위치한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작업에는 최대 약 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올 하반기부터 3D낸드플래시가 양산된다.

대만 메모리 업체 파워칩도 중국 허페이시와 합작으로 300㎜ 웨이퍼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투자 재원은 허페이시가 대고 파워칩은 기술만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측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파워칩 기술 경쟁력은 국내 업체보다 4~5년가량 뒤처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지만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력을 투입하면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D램은 공정 미세화가 더디게 흘러가거나 더 이상 미세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언젠가는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와 인텔의 중국 공장은 합작 형태가 아니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적지만 GF와 파워칩은 상황이 다르다”며 “중국이 자국 소비 시장을 미끼로 기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면 결국 세계 시장에서 국내 업체와 경쟁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앙집중식 투자가 아니라 지방정부 단위로 투자가 분산되면 오히려 국내 업체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일본, 독일 업체도 다 망했는데, 메모리가 그리 쉬운 분야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