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오후 오사카 번화가인 도톤보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특히 신사이바시와 난바를 잇는 상점 거리는 발을 내딛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거대한 인파의 물결이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중국인들은 각 상점마다 가득 찼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주일 전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지진에 아랑곳 않고 이들은 쇼핑을 즐겼다.
`전자왕국` 일본이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제2의 도시 오사카는 매력적인 관광국가로 거듭나는 일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축소판이다. 지난해 오사카시 주변을 일컫는 `오사카 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716만명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였던 360만명을 2배 초과했다. 무엇보다 한국인,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홍콩, 대만에서도 일본이 베스트 여행지로 손꼽힌다.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이처럼 급증한 배경은 뭘까. 마키타 히로키 일본 오사카 관광국 프리 와이파이 정비계획추진위원회사무국장은 “관광객이 엄청 늘어난 배경에는 비자조건 완화와 엔저, 저가항공사 취항증가가 한몫 했다”며 “공공 와이파이 정책도 관광객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는 오사카시와 시 주변 오사카 후 및 오사카경제상공회의소가 참여하는 오사카관광국이 중심이 돼 관광 정책을 펼친다. 오사카 홍보마케팅을 포함해 5억엔(약 50억원) 예산을 매년 투입한다.
◇오사카 `로밍 걱정 말고 폰만 오세요`
여행자에게 통신은 필수다. 모든 외국인 관광객은 자국을 출발하기 전 현지 통신방식을 선택한다. 해외로밍을 신청하거나 휴대용 포켓와이파이 기기를 임대한다. 일부 알뜰한 여행객은 무료 와이파이 가능 지역을 찾아다닌다. 발품을 팔아야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포켓와이파이 또는 로밍을 하는 게 가장 편하다. 알뜰족의 경우,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유럽, 동남아 등지에 비해 와이파이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우선 오사카 시내에 도착하면 기본적으로 14일 간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사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야노 나오유키 오사카시 ICT전략실 과장은 “기본적으로 공공시설 통신망을 개방하는 게 정책방향”이라며 “통신회사에서 설치하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공간개방을 해 준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희망할 경우 적정성 심사를 통해 오사카시가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오사카시는 공공시설물, 오사카관광국은 민간 위주로 와이파이 서비스 확대를 지원한다.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난바 등 주요 관광지 거리에는 오사카 프리 와이파이 존을 알리는 팻말과 스티커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톤보리 상가 거리에서 `오사카 프리 와이파이 라이트` 서비스 속도를 측정해 보니 7.31Mbps가 나온다.
자판기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도톤보리 카리노나쿠 가게 옆 자판기 와이파이는 약 2.67Mbps 속도를 제공했다.
오사카는 거대한 와이파이 도시다. 시내 중심가뿐 만이 아니다. 부채꼴 모양 스티커는 전통시장에서도 목격 가능하다. 닛폰바시역 근처에 위치한 쿠로몬 시장에서도 와이파이 서비스가 제공된다. 과거 한산했던 쿠로몬 시장은 요즘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오사카 후에서 영업하는 소매점 2000개 중 30∼40%에 와이파이 시설이 설치돼 있을 것으로 관광국은 추정한다.
◇와이파이, 외국인 관심 끄는 사회적 공공재
오사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디지털 복지 정책을 펼치다. `오사카 프리 와이파이`는 이 같은 철학에서 나온 정책중 하나다. 오사카 프리와이파이 정책은 지난 2014년 2월 시작됐다. 8개월 후인 2014년 10월 와이파이 시설은 1437개소에 AP 1756개가 설치됐다. 그리고 2016년 4월말 현재 와이파이 장비 설치 장소는 5300개소에 달한다. 액세스포인트(AP)는 5600개다.
마키타 히로키 오사카 관광국 국장은 와이파이 가능 지역이 18개월 만에 급격히 늘어난 것과 관련해, “NTT미디어가 프리와이파이 라이트(Lite) 상품을 내놓으면서 1년 무상제공 서비스를 제공한 게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사카 상점은 와이파이 서비스를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한다. 와이파이 서비스를 위해 스타벅스 매장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키타 오사카 관광국 국장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분명 와이파이 서비스는 관광객 유치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상점 또는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로 업로드하고 친구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와이파이 통신 환경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