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오염이 심각한 라오스 메콩강에서 건진 민물김을 우리나라 과학기술로 청정김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과학기술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모범사례가 나왔다는 평가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라오스에 설치한 적정과학기술 현지거점센터는 메콩강에서 수확되는 `카이팬(Khai paen)`이라는 민물김 사업화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메콩강 수질이 깨끗하지 않아 메콩강에서 건진 민물김을 판매하거나 직접 먹을 수 없었다. 라오스 적정기술센터는 버블세척과 UV 살균기술, 포장기술을 결합해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라오스 남박시 봄마을(Bom village) 여성연맹위원회와 작업장을 설치하고 제품을 생산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버블세척기나 UV살균기 등을 완제품으로 한 번 제공하고 끝내지 않았다.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수파노봉대 교수진과 학생들을 기술 개발에 참여시켜 현지 적합 기술로 체화시켰다. 그 결과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서 카이팬은 반일만에 전량 매진을 기록했다.
개도국 지원에 중요한 과학기술을 현지 상황에 맞춰 `적정과학기술`로 제공한 사례다. 적정기술은 저개발국·저소득층 삶을 향상시키는데 활용된다. 오염된 식수에 빨대처럼 꽂으면 오염물을 필터로 걸러 정수로 만들어주는 라이프스트로(LifeStraw)가 대표적인 적정기술이다.
미래부는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3개국에 적정과학기술 현지거점센터를 구축했다. 현지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와 수요를 모아 우리 과학기술 역량과 결합해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센터에서도 식수 정수와 하수 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상하수도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정수장비를 개발해 여러 학교와 가정에 보급했다. 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아 저렴하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본프농 초등학교, 이와슬렁 학교, 깡뽕스프 마을 등에서 하루 약 1400명이 비소 등 중금속, 세균·유기물에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고도 성장을 하며 하수처리 기술의 빠른 변화를 경험했다. 이 하수처리 경험을 캄보디아 현지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했다. 개도국 화장실은 오염원이 지하로 바로 스며들어 식수인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캄보디아센터가 제공한 한국형 정화조는 물을 토양에서 한 번 걸러 식수 오염을 방지하고 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 3월 캄보디아 농촌개발부(MRD)는 12개 지자체 공무원을 모아 한국형 정화조 관련 세미나를 열고 시범사업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민하 미래부 구주아프리카협력과장은 “개도국이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마련하려면 일회성 물량 투입 보다는 발전 방법론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학기술로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의 경험과 역량을 개도국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