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폰 시장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고객 10명 가운데 1명은 중고폰을 개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 요금 할인에 따른 자급제폰 활성화, 전반에 걸친 단말 성능 강화, 합리 소비 증가가 중고폰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7일 매월 SK텔레콤 개통 고객 약 10%가 개통 이력이 있는 중고폰으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초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T 역시 7.4%가 중고폰을 사용했고, LG유플러스 가입자의 5~7%도 꾸준히 중고폰 개통을 하고 있다.
중고폰을 구매해 기존 단말의 유심만 꽂아 사용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실제 중고폰 사용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심 기기 변경은 이통사 집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24개월 약정을 맺고 서비스에 가입했다가 단말 파손·분실의 경우 위약금을 내지 않기 위해 중고폰 유심 기변을 활용한다.
중고폰 관련 서비스도 늘어났다. 지난달 CJ헬로비전 알뜰폰 사업 부문인 헬로모바일이 중고폰과 렌털폰 판매 모델을 결합한 `0원 렌탈` 서비스를 선보이며 관심을 끌었다. 이르면 이달 한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가 같은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어서 다른 알뜰폰 업계로 중고폰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통법이 정한 20% 요금 할인 제도가 중고폰을 비롯한 자급제폰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이통사 매장이 아닌 곳에서 구매한 제품도 지원금 못지않은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조사나 대형 양판점에서 단말 구매, 해외 직구폰, 중고폰 구매도 덩달아 늘었다.
휴대폰의 성능 전반 향상도 중고폰 사용이 늘고 있는 배경의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휴대폰 사용 기간이 24~26개월에서 최근 29개월로 늘었다. 내구성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출시 2년 된 제품도 최신 제품 못지않은 성능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합리 소비를 중시하는 풍조가 중고폰 사용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고가폰, 프리미엄폰을 고집하는 고객이 줄고 본인 환경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 단말 구매에 부담을 느끼면서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다.
한 중고폰 업체 대표는 “중고폰은 워낙 유통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통사 개통 비중이 10%에 이른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국내에서도 `제품을 팔지 말고 쓰게 하자`는 전략이 자리 잡으면서 중고폰을 비롯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중고폰 시장은 주로 이통사가 월 단위로 입찰을 진행하거나 전문 업체가 다른 채널에서 수거해 온라인, 판매점 등에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형성돼 있다.
이통사별 중고폰 개통 비율
자료:3사 종합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