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휴대폰유통 다단계, 강력 대응 필요하다

휴대폰 다단계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휴대폰 다단계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과거 다른 분야에서도 업계가 공정위의 판결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슈분석]휴대폰유통 다단계, 강력 대응 필요하다

하지만 휴대폰 다단계로 피해를 본 일반 가입자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는 점, 공정위가 1년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소송전이 시작되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휴대폰 유통가는 정부가 다단계 업체에 강력 대응,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됐다.

◇정부와 다단계 업계, 1년 넘은 갈등

갈등은 1년 넘게 이어져 왔다. 2002년 이후 일부 선불폰에서만 명맥을 이어 오던 다단계는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번호이동(MNP)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되면서 가입자를 늘릴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다단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단계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거래 특성상 불법을 적발하기가 어렵다. 단통법이 정한 공시지원금을 초과해 구형 단말을 고가 요금제에 판매하는 행위 등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4월 실태 점검을 사실 조사로 전환할 계획임을 밝혔다.

서울YMCA는 공정위와 방통위에 다단계 판매 불법 여부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위에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판법)이 정한 다단계 판매 금액 상한액(160만원)을 초과하는 휴대폰 다단계가 위법이라며 조사를 요청했다. 방통위에는 일반 대리점(7%) 대비 다단계 대리점에 20%까지 높은 수수료를 차별 지급한 것이 전기통신사업법과 단통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그해 9월 LG유플러스에 과징금 23억7200만원을 부과하고 다단계 판매원의 사전 승낙을 핵심으로 하는 `다단계 판매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 시행 이후 LG유플러스의 다단계 판매원 가입자 증가세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서울YMCA 등 시민 단체에 따르면 피해 사례 민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 제재에도 불법 여전

국내 다단계 판매원은 약 30만명, 비등록자까지 합하면 약 35만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약 10만명은 사전 승낙을 받아 적극 다단계 활동을 하고 있다.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매달 1만명가량이 다단계 판매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문제는 다단계 업계가 정부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 승낙과 지원금(수수료) 과다 지급 제한,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방통위의 판매 지침은 다단계 시장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불법 행위 근절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유통점 관계자는 “방통위의 제재로 다단계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다시 가입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판매원 증감과 관계없이 불법 행위는 여전한 것이 여러 채널을 통해 파악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단말과 24개월 약정요금을 합해 160만원 초과를 금지했지만 다단계 업체는 여전히 불법 행위를 이어 가고 있다. 아직 공정위의 심결서를 받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공정위 판결에 소송을 준비하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심결서 수령 이후에도 불법 영업은 계속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의 강력 대응 필요

다단계 업체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적게는 6개월에서 1년 이상 법원 심리가 진행된다. 다단계 업체는 공정위 시정명령 집행정지도 동시에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중소기업과 KT·LG유플러스 간에 진행된 `기업메시징` 논란을 보면 휴대폰 다단계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가능하다. 중소 메시징 업계는 2013년 8월 KT와 LG유플러스가 대기업의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공정위가 최종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까지는 1년 3개월이 걸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정위 심결서를 받은 다음 달인 지난해 3월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집행 정지와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은 이 신청을 기각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결국 그해 10월 대법원 역시 기각을 결정, 논란은 일단락됐다. 중소기업이 신고서를 제출한 후 대법원 결정까지는 총 2년 2개월이 걸렸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휴대폰 다단계 소송 역시 적잖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집행정지 소송을 받아들이면 다단계 업체는 최종 판결까지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정부의 강력 대응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1년여의 장고 끝에 내린 공정위 판결에도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게 통신업계 전반의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불법이 판치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된다”면서 “소송 기간에 진행된 영업에 대해서는 불법이 드러날 경우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는 소송이 제기되면 기존 논리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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