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셀트리온이 대기업 굴레에서 벗어난다. 모든 공기업도 대기업 딱지를 뗀다. 기업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적용되던 38개 법적 규제에서 해방, 혁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대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 투자와 사업 재편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 문제도 해결될 전망이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과의 협의를 거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하고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9월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공기업을 비롯해 카카오, 셀트리온 등 자산총액이 10조원에 못 미치는 총 37개 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빠진다. 대기업집단은 65개에서 28개로 대폭 축소된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2008년에 현행 5조원 기준이 도입된 후 8년이 경과, 그동안 국민경제 규모 등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 사무처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시 공정거래법상 규제와 함께 38개 원용 법령상 규제가 동시 적용돼 기업 규제 체감도가 높아졌다”면서 “기업집단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 수준의 규제가 일괄 적용돼 일부 하위집단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부연했다.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는 37개 기업은 38개 법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상호·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창투사 투자 금지, 공공발주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 등에서 벗어난다. 공정위에 따르면 36개 원용 법은 별도의 개정 없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만으로 상향 기준이 자동 적용되고 고용보험법 시행령, 수산업법 시행령만 별도의 개정이 필요하다.
공기업은 원천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공기업 대상의 정부 통제가 강화돼 이미 공정거래법 수준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 등 12개 공기업이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다만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규제, 공시 의무는 종전대로 5조원 이상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두 규정은 경제력 집중 억제 외 고유 목적(부의 부당한 이전 차단, 소유지배구조 및 불합리한 경영 행태 개선 유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지주회사 자산 요건을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한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균형을 고려,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의 양대 축인 지주회사 규제도 완화했다. 공정위는 3년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타당성을 재검토한다. 경제 여건 변화를 적기에 반영,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투자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업 재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한다”면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공시 의무는 현행 5조원 기준을 유지하는 등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형성을 통한 경제민주화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