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케이블TV가 독점하던 때와 달리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PP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또 지상파TV가 독주하던 과거와 달리 CJ E&M 등 인기 있는 PP가 생겨나면서 콘텐츠 파워도 강해지고 있다. 반면에 종합유선방송(케이블TV)은 IPTV 등장으로 가입자와 매출이 줄었다. 케이블TV와 PP는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기간으로만 8개월을 끌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PP협상, 기나긴 줄다리기
케이블TV가 독점하던 시절에 PP들은 케이블TV와 개별 계약을 맺어 왔다. PP들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단체 협상을 시작했다. 단체 협상을 통해 유료방송이 PP에 줄 프로그램 사용료 총 금액을 결정한다. 총 금액이 정해지면 유료방송과 PP가 개별 협상에 들어간다.
2013년 7월 PP와 케이블TV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013년 8월 주문형비디오(VoD), 유료채널 등을 제외한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배분되는 케이블TV 프로그램 사용료를 2014년에는 2012년 대비 4%,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4% 각각 인상하기로 정했다. 2012년을 기준으로 2015년까지 누적금액 약 300억원 규모의 케이블TV 프로그램 사용료 증액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T스카이라이프와 PP도 2014년 상생협의체를 구성한 뒤 프로그램 사용료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는 PP에 내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2014년에는 2012년 대비 9%, 2015년에는 2014년보다 8%를 각각 인상해 지급하기로 했다. 인상으로 약 110억원의 프로그램 사용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KT스카이라이프는 상생협의체 협의를 통해 앞으로 3년에 걸쳐 위성채널 사용료를 단계별로 축소하고 2018년에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위성채널 사용료는 위성채널 및 업링크 시설 사용 대가로 PP가 KT스카이라이프에 지급하는 돈이다.
IPTV도 PP와 상생협의체를 지난해 말 구성했다. 한국IPTV방송협회(KIBA)가 IPTV, KT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PP가 프로그램 사용료 등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생협의체`를 만들었다. IPTV는 최근 PP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8%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유료방송사업자와 PP 협상 어디까지 왔나
협상을 시작한지 반년 만에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가 가장 먼저 PP와 2016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끝냈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시청자로부터 받는 수신료 수익의 일부를 프로그램 공급자인 PP에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IPTV 사업자는 PP와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 8% 인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PP프로그램 사용료는 전년보다 150억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IPTV는 가입자 증가로 인한 매출 확대로 여유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IPTV 3사와 PP 간 합의는 6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PP는 10% 인상을 요구했지만 8% 인상으로 최종 합의했다.
케이블TV 사업자와 PP는 최근 올해 프로그램 사용료를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케이블TV 가입자와 매출 감소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PP는 케이블TV 가입자와 매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인상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아서 협상기간만 8개월이 소모됐다.
위성방송은 여전히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위성방송과 PP 간의 협상 양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성방송은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았고, 초고선명(UHD) 영상 수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PP에게 줄 프로그램 사용료를 크게 높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