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사실상 버팀목 역할을 해온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도 늪에 빠졌다. 수출 감소세가 8개월 연속 이어졌다. 2002년 닷컴 버블 붕괴로 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악 상황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에 대한 경쟁력 회복, 산업 고도화 전략이 시급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ICT 수출이 131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감소했다고 12일 밝혔다.
수출 감소율은 전달(-14.3%)보다 소폭 회복됐지만 감소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하며 최장 기록을 또 다시 경신했다.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 수출이 모두 동반 부진했다. 최근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도 고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의 연장선이다.
[휴대폰 월별 수출액 및 증감률 추이] (단위:억달러, %)
휴대폰은 완제품과 부분품 수출이 동반 감소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든 2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율은 최근 1년 간 가장 큰 것이다. 완제품은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조기 출시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 수출이 부진했다. 부분품도 중국, 브라질, 인도, 베트남 등 대부분 해외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들었다.
[반도체 월별 수출액 및 증감률 추이] (단위:억달러, %)
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수출 증가로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전체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줄어든 4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28억달러, 7.4% 증가)는 D램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메모리MCP와 낸드플래시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에 반해 시스템반도체(15억2000만달러, 25.6% 감소)는 부진이 두드러졌다. 패키징 분야 등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디스플레이 월별 수출액 및 증감률 추이] (단위:억달러, %)
디스플레이는 패널 수요 감소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주요 ICT 품목 중에서 부진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2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7% 줄어들었다. 디스플레이 수출 감소율은 최근 6개월 간 모두 20%포인트를 넘어섰다. 다만 주요 패널 업체의 신규 공정 도입과 수급 개선 등으로 패널 가격 하락세가 안정세에 들어선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작년보다 30.4% 늘어난 5억3000만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에 반해 TV 수출은 8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작년보다 14.1% 증가한 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 올림픽 특수에 따른 신제품 출시 등으로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부품 위주로 수출이 늘어났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는 작년보다 0.7% 감소한 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8.5%), 베트남(17.5%) 수출이 증가했지만 중국(-12.4%), 중남미(-16.8%), 일본(-42.4%) 등 주요 지역 수출은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ICT 수입액은 2.4% 증가한 70억5000만달러로 전체 ICT 무역 수지는 60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