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드디어 문을 연다. 의원들은 13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4년간 의정활동을 펼치게 된다. 새 출발인 만큼 모두가 희망을 가져본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슴 한 켠에 커다란 돌덩어리를 하나 품고 있는 것처럼 무겁고 막막하다. 개원 시점과 맞물려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했다.
수출 부진과 가습기 살균제, 해운·조선 구조조정, 미세먼지 대책, 전월세 주거비 폭등 등 민생문제는 물론이고 세월호특별법·성과연봉제·국정교과서 등 현안이 많다. 온 힘을 다해 여야가 뛰어도 모자랄 판에 서로 딴죽만 걸고 싸웠다. 그러면서 20대 국회 역시 `지각 개원`을 재연했다.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 각성이 절실하다.
가장 크게 우리나라 성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경제다. 우리나라 경제 중추 역할을 해왔던 제조업 연기와 기계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저성장, 수출절벽, 부의 불균형 등 성장의 그늘이 전례 없이 짙다. 앞뒤 꽉 막힌 캄캄한 터널에 갇혔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제 풀에 지쳐 쓰러질 게 뻔하다. 비상구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지난 국회는 말라붙은 오아시스였다.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경제활성화 관련 민생 입법을 외면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공공·교육·금융 4대 분야 구조개혁에도 진지한 논의는커녕 훼방만 했다.
20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민심을 모아 국가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맞장구치며 같이 협심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고 연설가로 꼽히는 마틴 루터 킹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연설을 잘하고 싶다면 너와 내가 반드시 화가 나야 한다. 그래야 내 핏줄의 모든 피가 소용돌이치고 이해력이 예민해진다.”
말 그대로라면 우리는 이미 화가 나 있다.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수차례 `일하지 않는 국회`를 강도 높게 질책해 왔다.
명연설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각종 현안에 대한 진솔한 설명과 함께 향후 대처 방안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될 것이다. 개원 연설이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