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시범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7개월 일정을 마무리한다. 혈세논란 등 갖은 어려움 속에서 공공안전 LTE(PS-LTE) 요구사항 대부분을 기간 내 구현한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 진행할 본사업 총사업비 확정과 예산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국민안전처는 오는 16일 재난망 시범사업을 공식 완료한다. 이번 주부터 시범사업 지역인 강릉·평창·정선지역 소방·경찰 등 재난기관에 단말 약 2500대 공급을 시작한다. 220개 기지국 설치는 이미 마무리했다. 서울정부청사에 있는 운영센터도 16일까지 테스트를 마무리하고 내달 초 개소식을 연다.
심진홍 재난망 구축기획단장은 “16일 사업자가 준공계를 제출하면 이달 말까지 2주 동안 검수를 진행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사업자에 완료를 통보한다”며 “최근 열린 시연회를 무사히 마친 만큼 사업 완료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난망 사업은 LTE를 재난안전통신 전국망으로 사용하는 세계 첫 사례다. 1조원 이상 투자되는 본사업에 앞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 물량과 예산을 산출하는 게 목적이다. 안전처는 KT와 SK텔레콤을 사업자로 선정, 지난해 11월 19일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시범사업 시작 전까지만 해도 재난망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불거졌다. 재작년 정보전략계획(ISP) 수립 때부터 계획 부실과 혈세낭비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동절기를 포함하면 시범사업을 7개월 안에 마무리 짓기 어려워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전처와 사업자는 논란 속에서도 일정을 준수했다. 최근에서야 국제표준이 완료된 단말 간 직접통화(D2D) 등 두 가지를 제외하고 재난망 37개 요구사항을 대부분 개발했다. 실제 사용자에게 단말을 공급해 한 달 이상 충분한 현장검증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안전처는 1년간 하자보수 기간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가 더 많다. 기획재정부가 목적예비비로 편성해둔 올해 본사업(확산사업) 예산이 제 때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내년 완료사업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기재부가 한 번에 수천억원이 드는 사업에 부담감을 갖고 있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안전처는 시범사업이 진행되던 올 초부터 기재부와 예산 협의를 진행해왔다. 기재부 예산 산정 일정을 고려해서다. 시범사업을 마치는 대로 세부적인 본사업 계획을 수립해 예산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9월까지 예산을 확정하고 10월 확산사업을 발주한다는 게 안전처 목표다.
하지만 9월에 감사원이 시범사업 결과를 놓고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예산 심의가 늦어질 수도 있다. 시범사업 사업자 일각에서 전국망 기지국 수를 계획(약 1만5000대)보다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말기 분야에서도 이슈가 남았다. 퀄컴이 최근 표준화 된 칩 개발을 주저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자체 재난망 칩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체 위주로 삼성전자의 단말 독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난망 기지국이 정식 무선국이 아닌 실용화 시험국으로 허가를 받은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700㎒를 철도망(LTE-R),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이 같이 쓰기 때문에 간섭 여부 검증이 필요하다. 시험국은 사용에는 제한이 없지만 1년마다 허가를 갱신해야 해 비용이 수반된다.
한편 KT는 이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운영센터-기지국 간 연동, 재난망 요구기능 적합성 판단 등 550여 항목에 대해 최종 점검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재난망 시범사업 경과(자료:안전처·업계종합)>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