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판교역 주변 정류장은 매일 아침 전쟁이다. 피크타임인 오전 8시 30분~9시에는 서로 버스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뒤엉킨다. “그만 타라, 문 닫는다”는 버스 운전기사의 고성과 승객 간 승강이가 일상이다. 전쟁터 피란민을 방불케 한다. 전자신문이 판교 지역 직장인 8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드러났다.
본지가 팀블라인드(대표 정영준·문성욱)와 공동으로 판교테크노밸리 입주 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주차와 대중교통 여건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면서 불편한 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42.8%가 출퇴근 시 애로를 호소했다.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도 응답자 61.5%가 정류장, 주차장 등 출퇴근 관련 시설을 1순위로 꼽았다. N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오전 9시가 다가오면 판교역 정류장에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차 안은 사람으로 뒤엉킨다”면서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판교 기업의 다수가 출퇴근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 수요가 몰린 까닭이다.
판교행 광역좌석버스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기점인 첫 정거장부터 자리에 앉기는 고사하고 서 있기도 어렵다.
지난 2011년 지하철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대중교통 여건이 개선됐지만 인근 경기 지역과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이 지속해서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 2만4000명에 불과하던 판교 근무자는 지난해 말 기준 7만2820명으로 세 배가량 늘었다. 이 기간에 기업 수는 83개에서 1121개로 13.5배 증가했다. 급속 성장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곳곳에서 오는 판교 직장인과 달리 광역좌석버스 노선도 제한돼 있다. 기업이 몰려 있는 동판교 곳곳을 지나는 광역좌석버스는 단 6대뿐이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을 왕래하는 노선은 3개에 그친다. 분당과 판교 등 주변지역 이외 수도권 거주자가 5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버스 노선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차장도 부족하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근무자가 32.7%로 2만3800대가 오가지만 전체 주차장은 2만806면에 불과하다. 3000면이 부족한 것이다. 출퇴근 외에도 주변 지역에서의 방문 차량을 고려하면 주차면은 더욱 부족해 보인다.
근무자 대비 편의점, 의료시설, 음식점 등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18.1%로 나타나 2순위로 꼽혔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산업연구시설로 지정돼 음식점, 의료시설, 편의점 등 생활편의시설 입주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보육 관련 수요도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보육 관련 시설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11.4%로 나타났다. 판교 직장인 박모 씨는 “판교에는 20~30대 젊은 층이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결혼해 자녀를 갖기 시작하면 보육과 생활 터전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54.6%가 깨끗하고 쾌적한 주변 환경을 꼽았다. 동종 업계 근로자가 많아 동료와 정보를 주고받거나 어울릴 수 있는 환경도 응답자의 21%가 선택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자 42.8%가 출퇴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이는 응답자의 61.1%가 정류장, 주차장 등 출퇴근 관련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가 혁신 지역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교통 접근성과 주차시설 확보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