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사적지에 서울시립 콘서트홀을 짓는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학계 간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로가 절충안을 제시했다. 콘서트홀 건립의 정부 투자심사가 몇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모인다.
미디어콘텐츠학술연합·정보통신역사학회 등 관련 학계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건립하기로 한 서울 시립교향악단 콘서트홀을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로 공원에 있는 전기통신발상지 기념탑과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 기념탑 등 사적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콘서트홀 건립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는 “(서울시향 콘서트홀이 들어 설) 세종로 공원은 통신원과 광화문 전화국 등 600년 역사 전통을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며 “역사성을 지키고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다른 장소에 콘서트홀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콘서트홀 부지로 선정한 세종로 공원은 체신국·광화문 전화국·경기 전신전파 건설국 등 정보통신 관련 기관이 있던 자리다. 1885년 서울(한성)과 제물포를 잇는 전신선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전기통신발상지 기념탑도 세웠다. 한글마루지(랜드마크)·한글글자마당·시비·노래비 등 한글 기념지 보존 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정보통신 관련 학회 뿐 아니라 한글학회 등에서도 기념비를 철거하고 콘서트홀을 짓는 계획에 반대하는 이유다.
지난 5월 서울시와 관련부처, 학계 관계자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외교부와 정부청사 관리소 등에서도 조망권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콘서트홀을 세종로공원 부지에 짓는 계획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문제도 논란 거리다. 서울시는 1100억원을 콘서트홀 건립비용으로, 800억원을 세종로 공원 주차장 리모델링 비용으로 예상한다. 콘서트홀을 다른 부지에 지으면 주차장 리모델링 비용 등 추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 주장이다.
서울시도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다. 10월 정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 예산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19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사회적 논란 없이 계획을 추진해야하는 부담감도 있다. 8월 투자심사위에 안건을 올리지 못하면 사업이 공수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적지 안내문 설치, 일부 기념물을 현 위치에 보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예산 문제도 세부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전기통신발상지 기념탑=세종로 문화회관 옆 공원에 위치한 높이 9m, 폭 13m의 석탑. 화강암과 요석으로 만들어져 1992년 9월 26일 제막했다. 조각가는 심문석 당시 중앙대 교수로 2007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을 수상했다. 기념탑에는 이규태 저술가, 서희환 당시 세종대 교수, 조병화 시인 등이 참여해 `빛과 소리의 고향`이라는 시를 새겼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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