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모바일에 이어 KT M모바일이 중고폰 무료 렌털 서비스에 합류했다. 지원금과 약정 중심의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벗어난 고객 지향형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이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중고폰 사용이 늘면 자급제 활성화 등 휴대폰 유통 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T 알뜰폰 자회사 KT M모바일(이하 M모바일)은 지난 13일부터 온라인 사이트에서 렌털료·약정·위약금 없는 3無 `무료렌탈` 서비스를 시작했다. 검수를 거친 A등급 중고폰을 원하는 기간만큼 임대해 주는 게 핵심이다. 지원금과 약정이 없기 때문에 위약금도 없어 고객 부담을 최소화했다.
대상 모델은 아이폰5, 아이폰5S, 갤럭시S5, 갤럭시노트3, G3 Cat.6 등 5종이다. 온라인에서 신규·번호이동으로 가입할 수 있다. M모바일은 초등학생, 다양한 휴대폰을 써 보고 싶거나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사용자, 이민을 준비하는 고객 등이 추천 대상이라고 밝혔다. 개인 사정으로 24개월 약정이 부담스러운 사용자가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M모바일 중고폰 무료 렌털은 지난달 16일 CJ헬로비전 알뜰폰 사업 부문인 헬로모바일이 선보인 `0원렌탈`과 같은 서비스다. 중고폰 공급업체도 같은 착한텔레콤이다. 헬로모바일은 0원렌탈 서비스 출시 이후 온라인 다이렉트몰 KT 신규 가입자 가운데 렌털폰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M모바일은 “무료렌탈은 통신비와 2~3년 약정 기간이 부담스러운 고객에게 유용하게 다가올 서비스”라면서 “고객이 통신비 절감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KT M모바일 무료 렌털 개요
자료:KT M모바일
무료 렌털 서비스 등장은 국내 이동통신시장 변화의 시작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3년 전 미국 T모바일이 선보인 언캐리어 전략이 국내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점유율 4위이던 T모바일은 약정과 지원금을 없앤 리스 모델 중심 언캐리어 전략으로 스프린트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언캐리어는 기존에는 볼 수 없던 혁신형 통신서비스를 의미한다. 과도한 지원금은 통신료 인상을 유발했고, 24개월 약정은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했다. 하지만 약정 없이 무료로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선택권은 확대한다.
알뜰폰 업체를 시작으로 이통 3사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내용은 다르지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이미 `H클럽`, `프리미엄클럽` 등 렌털 형식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헬로모바일과 M모바일은 언캐리어에 중고폰을 더했다. 중고폰 확산은 20% 요금 할인과 함께 자급제 시장 활성화 핵심 요소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구매와 동시에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유통 구조가 다양한 채널에서 원하는 중저가 단말을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한다. 이통사는 단말이 아닌 서비스 중심 경쟁에 집중할 수 있다.
중고폰 무료 렌털을 알뜰폰 업계의 의미 있는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제조사와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이통 3사는 중고폰 유통이 쉽지 않다. 반면에 성장 둔화에 직면한 알뜰폰 업계가 제2의 도약을 위한 혁신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통사가 또다시 지원금 경쟁에 치우친다면 통신비 인상이나 위약금 폭탄으로 소비사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언캐리어 전략은 약정이나 위약금 없이 고객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