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과 협업하는 개인간(P2P) 대출업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보호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P2P업체는 대출업체보다 `은행대출 취급기관`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구제받을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협업하는 P2P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없다”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P2P업체 피플펀드와 써티컷(30CUT)은 각각 전북은행, 농협은행과 손잡고 영업을 시작했거나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전북은행과 손잡은 피플펀드는 `모바일 은행대출` `제1금융권에서 관리하는 은행신용대출채권 투자`라며 은행대출 취급기관이라는 이미지를 투자자에게 내세우고 있다.
피플펀드가 대출 희망자와 투자자들을 모아 전북은행에 넘기면 전북은행은 대출 취급부터 투자금 관리까지 맡는 방식이다.
은행 시스템으로 대출을 취급·관리하기 때문에 기존 대부업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P2P업체들과 달리 대출과 투자 안전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달 대환 대출상품인 `NH-30CUT론`을 출시할 예정인 P2P업체 `써티컷`도 농협은행 대출임을 강조하며 홍보에 나섰다.
`NH-30CUT론`은 신용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용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 이자를 30% 인하해 농협은행 대출로 대환해주는 구조다. 써티컷이 신용카드 대환 대출자를 모집하면 저축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주는 식이다.
P2P업체 펀다도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하반기 협업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P2P대출을 은행 부수업무로 허용하면서 은행과 P2P 간 협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시중은행과 P2P업체가 협업하면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지고 기존 금융권이 보장하는 안정성을 기대한다. 은행과 협업한 P2P업체들이 `은행대출`을 내세우면서 투자자는 은행 예·적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면서 확정 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은행과 연계했어도 P2P대출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 상품이다.
은행을 낀 P2P업체라도 원금 보장이 되지 않으며, 대출자가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파산하면 손실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도 금감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북은행이나 농협은행 등 기존 금융사에 소비자보호 부분을 강화하라고 얘기했지만 P2P업체는 관련법 뿐만 아니라 담당부서가 없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일어나도 우리가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P2P 업계 스스로도 금융사고가 기존 금융사까지 연결될 수 있는 만큼 P2P업계 관련법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렌딩클럽 부정대출 사건을 비롯해 중국, 미국 등에서 P2P업체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며 “우리도 사고가 터지면 P2P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를 정화할 관련 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