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팀이 세계 처음으로 전기가 흐르는 고분자를 2차원 면(面)으로 합성하는 성공했다. 기존 선형 고분자보다 전기 전도성이 크게 높아 가볍고 투명하며 휘어지는 전자 소자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백 교수팀이 개발한 `2차원 폴리아닐린 구조체(2D PANI)`는 폴리아닐린을 원자 단위에서 면으로 만들어 전기 전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새로운 전자소자 재료다.
2D PANI는 기존 선형 폴리아닐린보다 100억 배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췄고, 염화수소(HCI)로 도핑한 후에는 전도성이 1960배 향상됐다. 백 교수는 “2D PANI는 그래핀과 유사체이지만 균일하게 질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어 보다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 흐르는 성질을 지닌 전도성 고분자는 차세대 유망 전자 재료 중 하나다. 이중 폴리아닐린은 안정성이 높고 쉽게 합성할 수 있으며 기계적 물성도 우수해 경제성과 가공성 양쪽에서 응용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금속에 비해 전도성이 낮고, 내부 구조도 원자 단위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소자로 사용하려면 2차원의 `면`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폴리아닐린은 `선`으로만 존재했다.
백 교수팀은 유기 단결정 열분해 공정을 적용해 탄소와 질소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2D PANI`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은 그래핀처럼 벌집 모양의 평면이지만, 탄소로만 이뤄지지 않고 질소가 일정하게 섞였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2D PANI의 원자 단위 구조를 확인한 결과, 탄소 3개 당 질소 1개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모습이 관찰됐다.
백 교수는 “2D PANI는 기존 선형 PANI나 다양한 유·무기 2차원 물질을 넘어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게 될 것”이라며 “실험실에서 화학반응으로 쉽게 합성하고 연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체 부품 생산 라인에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6월 14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연구에는 자비드 마흐무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후 연구원과 이은광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 및 리더연구자지원사업,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BK21 플러스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