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그리스·UAE 연구진이 양자컴퓨터 실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전자특성 제어 방법을 찾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은 국제 공동연구로 2차원 전자가스 상태인 위상절연체 표면에서 라쉬바 효과에 의해 놀랄만한 표면 궤도자성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위상절연체는 내부는 절연체지만 표면에서는 전기가 흐르는 특징을 가진 물질을 말한다. 라쉬바 효과는 전위차에 의해 비자성체 전자스핀 상태가 변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기장 없이도 스핀 트랜지스터를 실현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김해진 전자현미경연구부 책임연구원이 주도하고 그리스 국립과학원 데모크리토스 연구소와 요아니나 대학교, 아랍에미레이트(UAE) `석유대학`이 참여했다.
위상절연체 전자특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전자띠(Electron Band)의 강한 에너지 변화가 필수적이다. 대신 이 때문에 스핀제어가 어렵다.
연구팀은 3차원 위상절연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비스무스셀레나이드(Bi2Se3)에 반금속 원소광물인 비스무스 층을 삽입하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으로 두 원자가 결합할 때 생기는 틈(반데르발스 갭)을 확장시켜 전자도핑 효과를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위상절연체가 궤도자성을 갖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연구로 전자의 스핀 상태를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빛의 속도로 전자전도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양자상태로 저장된 정보도 외부로 빠져 나가지 않고, 큐비트 내에 유지할 수 있어 양자컴퓨터 실용화에도 한걸음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NPG 아시아 머터리얼즈` 온라인판(5월)에 게재됐다.
김해진 책임연구원은 “위상절연체의 전자스핀 상태를 물질 삽입이라는 물리적 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 핵심”이라며 “향후 스핀트로닉스 소자 개발 및 양자컴퓨터 실용화 등 다양한 응용방법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